창간 특집: 
상업화랑은 왜 상업화랑일까?

-Up 창간호는 먼저 ‘상업화랑’의 명칭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상업화랑을 찾는 많은 사람들의 궁금증은 이름에 관한 것입니다. 이름이 상업화랑임에도 불구하고 을지로, 문래에 위치하며 화이트큐브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 공간이 ‘상업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상업화랑은 ‘대안적 전시공간’이라고 소개되어왔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안’과 ‘비영리’를 연결시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상업화랑이라는 이름은 마치 어떠한 모순을 안고 있는 것처럼, 혹은 모순을 극복하려는 움직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상업화랑 을지로점이 위치한 을지로3가의 건물.

그렇다면 영리와 대안 사이에서 ‘상업화랑’의 성격을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상업화랑’은 미술이 지닌 사회적 가치, 즉 미술의 모든 활동이 이루어 낼 수 있는 사회적/산업적 역할에 주목하고자 만들어진 이름입니다. 상업화랑은 대안에서 ‘영리성’을 배제하기보다는, 미술의 사회적 가치를 기반으로 한국미술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상업화랑의 상업은 한자로 商業이 아니라 ‘서로 상’을 쓴 相業을 의미합니다. 

상업화랑은 한국미술의 미래를 제시하는 작가들의 지속 가능한 전시와, 새로운 미술의 방향과 흐름을 주목하는 기획자의 양성을 목적으로 합니다. 이는 양질의 생산적 기틀을 통해 소비를 유발하기 위한 자생적 활동으로, 상생(相生)의 의미와 연결됩니다. 작지만 지속적인 전시와 창작을 통해 기획자와 작가가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공간이 늘어나면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상업화랑은 ‘을지로점’과 ‘문래점’의 차이를 두어 운영합니다. 

2017년에 먼저 문을 연 상업화랑 을지로점은 중진작가 재조명을 비롯하여 한국미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방식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현재 을지로점은 전시 1회당 1달 기준으로 연간 8회~10회의 전시를 진행하며, 전속작가(홈페이지 ‘ARTISTS' 메뉴 참조)들의 전시 또한 주기적으로 개최하고 있습니다.

박경근 개인전 <Medium Rare> 전시전경, 상업화랑 을지로.

더불어 상업화랑 문래점은 실험적이고 다원적인 예술 활동 육성을 목표로 2019년 설립되었습니다. 문래점은 대안적 매체와 실험적 내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비영리적 전시공간입니다. 문래창작촌을 중심으로 조성된 서울 서남부의 문화적 거점을 활용하여 신진 예술인들의 다양한 기획전 및 프로젝트성 작업에 열려 있는 공간으로 운영하고자 합니다.

구윤지 개인전 <괜찮은 매듭> 전시전경, 상업화랑 문래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