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NGSAN
김신일 개인전 |
《마술적 사고》
2026. 9. 1 - 9. 30.
마술적 사고
작가는 ‘있는 그대로의 하나’가 이상적인 전체 세계를 대변할 수 있다는 가정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그러나 인간의 인식은 대상을 정의하고 분별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그 ‘하나’를 분절한다. 작가는 이러한 인식의 작동 방식, 즉 전체를 대표한다고 믿었던 ‘그 하나’가 해체되고 나뉘는 과정을 ‘마술적 사고(Magical Thinking)’로 명명한다. 이 작업들은 인식이 만들어내는 허구적 통합과 그 붕괴를 드러내는 동시에, 분절된 인식이 동시대 국제사회에서 작동하는 폭력성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재고하도록 암시하고 있다.
공간에 들어서면 관람자는 여덟 자리의 숫자가 끊임없이 갱신되며 현재의 시간을 표시하고, 무한히 반사되는 공간으로 시간의 흐름을 연속이 아닌 분절된 단위의 반복으로 인식하도록 만든다. GPS 신호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이 장치는 우리가 경험하는 현재가 끊임없이 나뉘고 갱신되는 과정임을 감각적으로 보여준다.
이어지는 공간에서는 반으로 나뉜 Letter size 종이와 양분된 인간의 뇌 형상이 각각 다른 박스 안에서 무한히 반사되는 장면이 제시된다. Letter size 종이는 특정 국가의 인쇄 규격이자 제도화된 기준을 상징하며, 하나의 기준이 세계를 대표하는 질서처럼 작동하는 상황을 은유한다. 종이가 분절되어 반복되는 모습은 기준이 나뉘고 복제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인식의 분할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현실을 암시한다. 분리된 뇌의 형상 또한 사고와 인식의 양분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며, 관람자가 자신의 판단과 기준을 다시 생각하도록 유도한다.
하프미러의 정밀한 구조와 빛의 반사를 통해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무한히 반사되는 공간은 시간의 흐름을 연속이 아닌 분절된 단위의 반복으로 인식하도록 만든다. 더불어 벽면에 제시된 빛의 형상은 종이의 크기를 암시하면서도 물질성을 제거하여, 우리가 실재라고 믿는 기준 역시 이미지와 인식 속에서 형성된 것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빛과 반사의 공간은 관람자의 시선을 분산시키며 하나의 명확한 중심을 허용하지 않고, 이는 인식의 불안정과 복잡성을 감각적으로 경험하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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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윤정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