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LJI-RO

김들림 Solo Exhibition

《나는 왜 아직도 움직이는가》

3. December - 14. December 2024


움직임. 노동.

작가에게 있어서 이 두 단어 간의 관계는 "불안"이었다.

움직임이 바로 노동이 될 수 없고, 노동이 곧 움직임은 아닐 테지만, 불안이 원동력이 된 움직임은 노동이어야 했고, 또 노동은 곧 움직여야만 하는 것이었다.

노동을 포함한 이러한 움직임에는 방향과 목적이 희미하다. 어쩌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정신없이 움직였던 나날들이 쌓여 지금의 "상태"가 되었다.

작가는 이번에도 그러고야 말았다. 정신없이 파도에 휩쓸리듯 살다가 토해내듯 작품을 만들고야 말았다. 그러고는 '언제쯤 깨어있는 상태로 창조할 수 있을까, 언제쯤 행위하는 순간 알아차릴 수 있을까, 언제쯤 꼭꼭 씹어서 소화하면서 만들 수 있을까, 언제쯤 몰두할 수 있을까, 언제쯤 작품을 완성한 뒤 지나간 시간이 아득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언제쯤 과정을 세세히 기억하고 누릴 수 있을까….' 따위의 후회 섞인 말이 튀어나왔다.

부정적 에너지는 생각보다 힘이 세다. 그것은 순간의 파도와 같은 힘이어서, 무력감을 이기지 못해 무기력함으로 위장하고 있다가도 벌떡 일어나 움직이게 만든다. 그중에서도 불안이라는 원동력은 자꾸만 같은 자리를 맴돌게 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 그렇게 맴돌며 만들게 된 자신만의 좁은 세상의 것들을 전시한다. 그 자잘하고, 난잡하고, 시끄러운 것들로 공간을 메웠다. 작가는 이 전시를 준비하면서 불안이라는 에너지로 만들어진 배설물과도 같은 작업물들은 자꾸만 같은 자리를 맴돌게 할 것이라고 알아차렸다. 물론, 그 작은 동그라미를 반복하여 거닐었기에 지금의 작업물들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지만, 작가 자신은 좀처럼 행복하지 않았다. 이 전시는 자신을 맴돌게 했던 것들에서 비로소 벗어나게 되는 복잡한 장면들이다. 이 전시는 작가 자신에게 이제는 단순하게 살겠다고 마음먹게 한 머리 아픈 산물이다.

 

"동시대를 살아내는 동지들이여. 예술가들이여.

 

먼저, 어질러진 내 속을 보고 침체되지 않기를.

 

우리, 명확한 방향을 알아차리기를.

우리, 움직이는 이유를 깨닫기를.

우리, 천천히 느리게 걷기를."

 

 글. 김들림

 

 

 

 

 

 

* 12월 7일 토요일 "작가와의 대화"에서는 작가가 준비한 차를마시며 소일거리 하면서 함께 이야기할 것입니다. 우리네 엄마들이 마늘 까면서 이야기를 나누듯, 작가가 준비한 '소일거리'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움직임-노동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