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NGSAN
《침묵을 깨고(Breaking the Silence)》
7. November - 16. November 2024
*전시 기간이 연장되었습니다.
2022년 10월 29일. 159명 사망, 195명 부상.
우리는 이 숫자를 잊기로 한다. 스크롤을 내리면 또 다른 이미지가 쏟아진다. 손가락이 바삐 움직인다. 곧이어 내릴 준비를 한다. 지하철 칸을 빽빽하게 메운 사람들. 그 사이를 헤치며 간신히 숨을 몰아쉴 때, 문득 떠오른다. 울부짖는 외침, 하늘로 뻗은 손, 포개어진 몸들. 그러나 이내 다시 잊는다. 아침 8시 40분, 출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바삐 발걸음을 옮긴다. 무표정으로, 입을 다문 채, 잊는다.
이태원에는 환호와 비명이 공존한다. 외국인, 성 소수자, 종교인, 학교, 클럽, 술집, 회사…. 이질적인 사람과 공간이 떠들썩하게 한데 뒤섞여 있다. 오랜 기간 이태원은 ‘불온한’ 혹은 ‘퇴폐적인’ 곳으로 외면 받았으나, 많은 사람들에게 예술적 영감과 역동적인 에너지를 불러일으켰다. 이태원에는 한 단어로 수식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복합적인 힘이 있다.
동시에 이태원은 한때 공동묘지였던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이곳에는 살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다름이 흠이 되지 않는 곳. 일탈과 해방이 놀이로 자리잡은 곳. 거부당하고, 탈락하며, 배제되고, 자꾸만 밀려나서 더는 갈 곳 없는 사람들이 찾는 곳. 그곳에서 사람들은 자신을 인정하고 환영해 줄 이를 찾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할로윈 축제가 있었다.
우리 모두는 그날의 목격자다. 그 골목을 다시 바라보자. 좁은 골목에 내몰린 ‘몸’은 타인을 공격하는 무기로 변했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서로를 밀고 깔아뭉갰다. 누군가는 제발 도와달라 절규했고, 또 누군가는 있는 힘껏 손을 뻗어 서로를 구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윽고 차갑게 식어버린 몸들은 무방비 상태로 길거리에 놓였다. 그리고 성찰 없는 논쟁만 남긴 채, 비극은 빠르게 잊혀져 갔다. ‘10.29 이태원 참사’는 우리 사회를 상징하는 거대한 메타포였다.
이제 우리는 2022년 10월 29일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날은 우리에게 지워지지 않는 상흔으로 새겨졌다. 그러므로 죽은 자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들은 죽은 뒤에도 산 자의 입을 빌려 말한다. 그 목소리를 오래 기억하고 싶었다. 우리가 더 소란스럽게, 때로는 삐걱거리며 삶과 죽음을 말했으면 했다. 쉴 새 없는 일상 때문에 묻어두었던 죽음을 꺼낼 수 있도록, 여한 없이 마음껏 울 수 있도록.
우리는 슬픔보다 강하다. 우리에게는 슬픔을 딛고 앞으로 나아갈 힘이 있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죽음 앞에서 침묵할 이유는 사라진다. 이 전시를 감상하는 당신도 그 힘을 발견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글. 신솔아
October 29, 2022. 159 dead, 195 injured.
We decide to forget these numbers. As we scroll down the screen, another image keeps showing up. Our fingers move quickly. Now we need to get off the subway. Navigating through a subway packed with crowds, we struggle to catch our breath. In that moment, the memory returns: cries of anguish, hands reaching skyward, bodies layered upon each other. Yet soon, we forget again. It’s 8:40 a.m., time to go to work. With blank expressions and mouths sealed, we move on. We forget it.
In Itaewon, cheers and screams coexist. Foreigners, LGBTQ+ people, religious groups, schools, clubs, bars, office buildings… People and spaces, seemingly incompatible, are boisterously mixed together. For a long time, Itaewon was shunned as a place of ‘dangerous’ and ‘decadent’; yet for many, it sparked artistic inspiration and dynamic energy. Itaewon has a diversity and complexity that defies any single description.
At the same time, Itaewon was once a cemetery. Perhaps that’s why so many come here, wanting to live. A place where differences are not faults. A place where liberation has become playful. A place sought by those rejected, excluded, and pushed out with nowhere else to go. There, people find others who would accept and welcome them. And at the heart of it all was the Halloween festival.
We are all witnesses of that day. Let’s go back to see that alley. In that narrow alley, bodies turned into weapons, pushing and crushing one another against their will. Some cried out desperately for help, while others reached out, doing their best to save each other. But it wasn’t enough. Soon, bodies grew cold, lying defenseless on the streets. And after leaving behind a debate devoid of reflection, the tragedy was quickly forgotten. The “10.29 Itaewon tragedy” became a profound metaphor for our society.
Now, we cannot return to October 29, 2022. That day left an indelible scar on us. Thus, the dead do not disappear. Even after death, they speak through the voices of the living. I want to remember those voices for a long time. I want us to talk about life and death more loudly, so we could unearth the buried deaths that relentless daily life has hidden away and cry our hearts out without reservation.
We are stronger than sorrow. We have the strength to rise above grief and move forward. Once we recognize that, there’s no reason to stay silent in the face of death. I fervently hope that you can find that strength while experiencing this exhibition.
Written by. Sola 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