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NGSAN

정수연 Exhibition


《콘크리트 정원》

25. September - 10. October 2024

정수연은 식물을 그린다. 작가가 그리는 이 식물들은 실재로 현실에 존재하는 것과 같은 형상을 띄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식물들은 실존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들은 작가의 상상과 관찰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이다. 작가는 식물원에 가서 실재하는 식물들을 관찰하고, 여러 식물의 부분들을 조합하고 상상하여 자신만의 이상적인 식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반복한다. 화면 속에 나타나는 과도하게 노랗거나 핑크 빛을 띠는 암술은 이 식물들이 사실은 실존하지 않은 돌연변이임을 암시하면서 이것들의 환상성을 극대화시킨다. 자연스럽지 않은 암술 덕분에 우리는 이 식물들이 실존하지 않는 식물임을 알아차린다. 이러한 인지와 상상의 과정에서 관람객들은 이 식물들이 존재하는 어느 미지의 공간으로 가고자 하는 욕망을 자극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정수연의 식물들을 한데 모아 정원을 구성하였다. 《콘크리트 정원》이라는 제목은 언뜻 보면 이상하지 않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역설적이다. ‘콘크리트’와 ‘정원’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의 조합이기 때문이다. 제목은 콘크리트 틈새에 핀 민들레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혹은 인간을 위해 콘크리트 위에 인공적으로 조성해 놓은 정원을 상상하게 만든다. 사실 《콘크리트 정원》은 작가의 어린 시절 기억에서 시작되었다. 자기 집 베란다에서 애착 식물과 교감하며 어린 시절을 보낸 작가에게 식물은 자신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매개체임과 동시에 소꿉놀이는 함께하는 친구였다.


작가의 친구였던 애착 식물은 상상 속에서 이상화된 형태로 캔버스에 구현된다. 식물과의 긍정적인 교감을 경험한 작가에게 식물은 하나의 세계이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의 상상이 펼쳐 놓은 세계는 전시장 벽면을 가득 메우면서 관람객들을 울창한 숲에 방문한 것과 같은 기시감을 환기할 것이다. 반면 전시장 중앙에 놓인 쉐입 캔버스 작품들은 그 형태와 색감의 사용에서 이질감을 강조하며 이것이 실존하지 않는 식물임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즉, 일반적으로 연상되는 편안한 숲속의 환경을 조성하면서도 이질적인 쉐입 캔버스 식물들로 인해 이차적인 기시감이 연출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군집의 식물들은 작가가 마련한 ‘콘크리트 정원’에 초대받아 방문한 것과 같은 경험을 선사한다.


《콘크리트 정원》을 통해 정수연이 마련한 정원 공간은 마치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Attila Marcel〉(2014) 속 주인공 폴이 방문한 마담 프루스트의 정원을 연상시킨다. 폴은 그녀의 공간에서 여러 자극을 통해 트라우마로 잃어버렸던 자신의 어린 시절의 기억을 상기하게 된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 역시 자신의 어린 시절을 환기하고 더 나아가 새로운 차원의 감각을 지각하는 경험이 되기를 기대한다.


글. 김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