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화랑은 팝업갤러리 《Y0UNG1》을 통해 미술을 새롭게 이해하고 소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식의 작품들로 젊은 컬렉터와 젊은 작가들을 연결하기 위한 신선한 제안을 한다.
전시 제목의 young은 숫자 0과 같은 발음으로 젊은 작가와 젊은 컬렉터를 연결하는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며, 1은 하나은행의 하나를 의미한다. 이처럼 하나은행의 H.Art에서 진행되는 젊은 전시 《Y0UNG1》은 경기문화재단이 선정한 2024 아트경기 선정작가 12명과 전시를 기획한 상업화랑에서 추천하는 젊은 작가 2명으로 구성된 전시이다. 경기도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의 다채로운 작업들과 젊은 컬렉터들에게 차세대 미술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작품 소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
또한, 참여 작가의 포트폴리오를 관람자들과 함께 살펴보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작가의 작업 방식과 작품 세계를 보다 자세히 소개한다. 영 컬렉터를 위한 아트 컬렉팅에 관한 전문 미술인들의 강연과 참여 작가 프로모션을 위한 작가와의 대화 프로그램을 통해 관람자들과 함께하는 전시를 선보인다.
- 전시 일정 / 2024.7.30 - 8.24
- 운영 시간 / 화~금11 - 19시, 토, 일 12 - 18시
- 장 소 / H.Art1 서울시 중구 을지로 167 4층
- 참여 작가 / 김지민, 박용남, 신예린, 이찬주, 이한정, 이희명, 정서인, 정철규, 차주희, 최명은, 최은철, 최지현, 최형준, 한지민 (총 14명)
김지민 Jeemin Kim b. 1993
2021년부터 진행 중인 작업 프로토타입 템플(Prototype Temple) 시리즈는 회화, 조각, 사운드, 퍼포먼스 등을 무대 기술과 융합하여 토탈 인스톨레이션(Total Installation)의 형태로 특정한 장소를 몰입형 가상 공간으로 전환하는 실험이다.
프로토타입 템플은 전시 단위로 생성되고 그 뒤에 붙은 부제를 매번 변화시키며 마치 공연이 시작하고 끝나듯 다른 시나리오의 무대를 구성하고 종료한다. 김지민은 영국에서 성장해 서구 문명과 그들의 고고학에 애착을 느끼면서도 그 과정에 수반된 폭력과 파헤침, 대상화에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중간자적 정체성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전시 안에 다양한 문명의 상징을 섞고 다국적 혹은 무국적의 공간 안에서 추상회화와 키네틱 설치로서 후대에 쓰인 역사의 부정확성을 이야기하되 재현하지 않는 무대를 꾸민다.
박용남 Youngnam Park b. 1963
현 대중사회의 매스미디어 이미지 등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반예술적 지향의 팝아트는 1960년대의 일이다. 그 이후나 동시대의 미니멀 아트는 최소의 조형 수단을 사용하여 개성을 추구했다. 일본의 모노하도 이 주류의 아류일 것이다. 그 이후의 개념미술은 일상에서 발견되는 평범한 대상물을 미술작품으로 끌어들인다. 뒤샹의 레디메이드는 전통 미술 작업의 치환이자 사고의 혁명이었다. 팝아트와 미니멀 아트, 그리고 개념미술은 박용남에게 삼각형을 만드는 서로 간의 선분과 각도다. 이 세 사조는 정확한 작업 방향을 제시한다기보다는 조형 요소의 재료로 사용된다.
신예린 Yerin Shin b. 1998
신예린은 친환경적 생분해성 필라멘트 PLA(옥수수와 사탕수수 등 식물 기반 플라스틱)를 넣은 3D 펜을 활용하여 일상성, 관계성, 우연성을 묘사한다. 도시 풍경의 선적 재현을 통해 현대인의 특성과 도시 공간 이미지를 재해석하고, 인간관계를 표현하는 모빌 작업을 한다.
3D 펜은 필압 조절이 가능하여 띄워 놓고 보면 마치 공간 속에 드로잉을 한 것처럼 보인다. 작품에 빛을 비추면 빛과 작품의 거리에 따라 만들어지는 그림자가 한 공간을 가득 메우기도, 아주 작아지기도 한다. 선뿐이지만 복잡성과 단순성을 내재하고 있으며, 얇고 가볍지만, 한 공간을 가득 메울 정도의 아우라가 있다. 작품 속 사람은 정적인 사람이 아니라 늘 움직이는 동적인 사람이고, 작가는 동적인 사람들이 모여 있는 도시의 이미지를 작품에 끌고 왔다. 도시는 모든 경제, 문화, 사회적 이슈 등이 담겨 있는 복합 매개체다. 작가는 도시에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자신의 작품을 통해 공감하며 색다른 미적 경험을 하기를 바란다.
이찬주 Chanzoo E b. 1987
20대에 마주한 현실적 문제와 불안한 상황에서 시작했던 산업노동은 지금의 창작활동이라는 노동으로 자연스럽게 승화되었다. 불안과 위험을 간직한 공사장 풍경은 우리들과 닮았다. 동시대의 사회를 통해 내가 보고 느끼는 감정을 우리에게 익숙한 거칠고 차가운 공사장이라는 풍경을 통해 보여주고, 우리가 가지고 있을지 모르는 이중성과 편견을 허물어 나가며 시대를 기록하는 것이 내 작업의 목표이다. 그리고 언젠가 완공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보고자 한다.
‘우리의 삶은 공사 중이다.’
이한정 Hanjeong Lee b. 1981
이한정의 작업은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자연 풍경의 표정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시작된다. 과거의 작가가 보고 경험한 풍경 조각들을 기억 속에 쌓아두었다가, 현재의 작가가 가진 감정을 더해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낸다. 생명의 시작이며 작가의 존재를 온전히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자연의 기운과 생동감을 빌어서 내면의 공간을 형상화하고자 한다.
수행하듯 하나하나 쌓아 올린 먹점은 나무가 되고, 숲이 되고, 들판이 되고, 산이 되어, 또 다른 생명체로 발현되고, 그 위에 더한 색감을 통해 그 생명체가 담고 있는 표정을 드러내고자 한다. 잡초와 마른나무 무성한 흙 벌판은 오렌지빛 표정을, 침엽수 빽빽하게 자라난 사이로 살짝살짝 드러난 바위산은 겨울의 한기가 느껴지는 흰색 빛 표정을, 물을 잔뜩 머금고 햇빛 받아 더욱 선명해진 잔디밭은 초록빛 표정을 짓곤 한다. 자연이 담고 있는 표정과 그것을 바라보는 감정들이 뒤섞여 새로운 세계가 만들어지고, 그 안에서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지금, 이 순간에도 고요한 울림으로 쉼 없이 변화하고 있는 자연의 일부를 담담하게 그려나간다.
이희명 Heemyoung Lee b. 1979
2006년 식물 설치 작품을 필두로 현재까지 여성성과 자연을 주 소재로 자아에 대한 내적 탐구를 회화와 설치 작품으로 진행하고 있다. 가부장적 사회의 관습에 억눌린 내면의 시선은 에코 페미니즘적 성향의 발현을 촉발하며, 자연과 여성의 몸을 하나의 생태로 결합하려는 시도를 구현하게 했다. 문명 세계에서 자연을 원시적이며 원초적인 세계로 등한시하여 지배하려는 현상은 여성성과 자연의 동일화를 끌어내며 현재의 예술관으로 자연스럽게 구축되었다.
회화의 다양한 표현 기법을 실험하며, 스스로를 응시하는 탐색의 시간을 통해, 식물과 신체와의 조합을 주축으로 자연과 여성의 신체성을 소재로 재조립된 작품들을 시각화하고 있다. 동화적 상상력과 신화적 상징성을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구현하며 내면의 여러 층위를 작품 안에 담아내고 있다.
정서인 Seoin Jeong b. 1988
산과 바다 등의 자연 풍경을 태운 종이를 겹침으로 표현하는 정서인은 산수에서 시작해 점차 자신이 바라본 풍경으로 관찰 대상이 변해왔다. 우연적 효과가 동반될 수 밖에 없는 태워짐을 이용해 화면을 만들어내는 작가는 태운다는 행위의 의미에 집중해 태워진 형상 자체가 드러나 무언가가 되는 입체물을 제작하고 더 추상적인 형태가 강조된 회화 작업을 하고 있다.
정철규 Choulgue Jung b. 1979
정철규는 익숙하지 않거나 기대에 어긋나 보이는 것들을 함부로 내다 버리거나 배제하는 대신 새로운 접점이나 관계를 탐색하는 식으로 그것들을 어떻게든 전체에 포용하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작업은 섣불리 단정하고 규정하기보다는 표현 하나하나의 미묘한 뉘앙스를 섬세하게 헤아리고 연결하면서 아름다운 전체로 나아가기 위한 실마리를 찾는 시적인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회화에서 시작해 설치작품과 예술 프로젝트, 손바느질 실 드로잉으로 진화하고 있는 작업은 섬세하고 함축적인 조형 언어로 주변부의 작은 목소리들을 따뜻하게 품으면서 다양한 입장들의 공존 가능성을 탐구, 실천해 오고 있다.
차주희 Juhee Cha b. 1981
차주희는 바다로 둘러싸인 섬에 거주하며 인간의 정신성을 가상의 형상과 공간으로 표현한다. 작가의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깊은 관심과 회화의 화면을 바라보는 방식은 어린 시절 친구들을 잃고 바라보았던 밤하늘의 기억에서 비롯되었다.
작가는 원초적인 모습을 간직한 숲과 호수, 바다와 같이 자연의 모습 속에 투영된 인간의 내밀한 감정을 부드러운 곡선과 색으로 표현한다. 그는 섬에서 발견한 독특한 색감과 빛, 질감, 파편적인 조각들, 식물의 섬세한 구조와 선, 물에 비친 형상을 관찰하고 조형적인 요소를 추출하여 추상적 이미지 조각을 만든다. 이미지 조각들은 작가의 무의식이 이끄는 대로 결합되어 가상의 동굴, 부유하고 증식하는 형상들, 물에 비친 그림자가 결합된
‘결정-이미지(image-cristal)'로 변모한다. 새롭게 생성된 정신적인 공간과 형상들은 기묘하고 낯선 아름다움을 가진 존재가 된다.
최명은 Myungeun Choe b. 2002
최명은은 일상에 행복했던 기억을 그린다. 작가가 즐겨 그리는 대상은 친구들이다. 자잘하지만 소중한 기억과 그리움을 때로는 화사하게 때로는 애틋하게 그려낸다. 지금은 작가의 성장과 더불어 새로운 관심사가 된 여자친구 그리고 자신의 미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최은철 Euncheol Choi b. 1979
최은철은 현대 사회의 인간과 사회적 양극화에 대한 아이러니를 비유와 은유를 사용하여 드로잉, 설탕을 활용한 공간 설치, 그리고 영상 작업을 통해 탐구한다. 기후 변화, 정치적 대립, 사회적 풍요와 빈곤, 그리고 개인과 타자 간의 대립과 같은 극단적 대립 사이에서 발견할 수 있는 유사점과 간극을 시각화하고 주목한다. 최근에는 기후 변화로 인한 유물과 인간의 물질문명을 주제로 시간성을 탐구하는 가변적인 재료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독일의 작가와 다른 한국 작가들과 함께 실험적인 그룹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개인적인 활동 영역을 넘어서는 협업도 추진하고 있다.
최지현 Jihyeon Choi b. 1984
최지현의 작업은 숲속에 숨겨둔 이야기로 시작한다. 사회 속에서 숨겨진 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은 보호색이나 패턴 안에 숨어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 속에 숨겨진 무언가를 찾는 몫은 또 다른 우리다. 작가는 타인의 죽음으로 이러한 생각을 좀 더 깊이 하게 되었다. 죽은 사람은 이미 세상에 없지만, 다른 사람들과 어김없이 그를 언급하고, 웃고, 떠들며 꼭 옆에 있는 사람처럼 말한다. 이 사람은 살아있는 사람들로부터 선택적으로 다시 살아나거나. 다시 없어지곤 한다. 세상에 없지만 있는 사람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삶에 있는 ‘나’는 죽은 그와 어떤 점이 다를까? 여전히 보호색에 가려져 특별하지 않은 한 조각에 불과하지 않을까? 화면 안에는 눈에 띄고, 기억되는 이야기가 분명 있다. 하지만 작가가 의미를 두고 작업하는 방향은 찾지 못한 것, 눈에 띄지 않는 것, 기억에서 잊은 이야기다. 그 자리에 있지만 없는, 없지만 있는 이야기에 집중한다.
최형준 Hyeongjun Choi b. 1997
최형준은 먹과 종이 등 전통 회화 매체를 활용하여 현장에서 직접 그림을 제작한다. 국내를 여행하며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한 장소에서 장기간 머무르며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사생과 설치를 기반으로 자연의 풍경이 제공하는 조형적인 변화를 기록하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기후적, 동적 요소들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한지민 Jimin Han b. 1981
한지민의 작업은 개인적 경험과 기억들이 특정한 시간과 공간에서 오버랩 될 때의 관계성을 내러티브가 담겨 있는 이미지로 표현한다. 평소 일상의 이미지들을 수집하고, 이를 작업의 소재로 사용하여 생각과 감정을 현시점을 기준으로 그려낸다. 주로 볼록 판화 기법인 리노컷을 베이스로 하고 있는데, 새겨지는 듯한 감각이 느껴지는 기법의 특성을 이용하여 서로 다른 시간의 기억을 한 화면에 다루고 있다.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칼 드로잉’ 이라 명명한 기법이 있는데, 이는 판에 1차로 대략적인 연필 드로잉을 한 후에 2차로 섬세한 선들을 조각칼로 묘사하면서 파내는 과정을 일컫는다. 또한 얇은 장지에 찍어 콜라주 한 기법에서는 두 개 이상 공존하는 시간성을 직관적으로 볼 수 있다. 찍어내는 장지의 두께에 따라 레이어 간의 이미지는 투영되기도 하고 덮이면서 계획되지 않은 선의 교차와 공간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덧붙여지는 형상들로 이야기가 연장되고 확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