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LJI-RO


최재원 Solo Exhibition

《XHT-0083》

4. April 2024 - 21. April 2024


최재원은 스쳐 지나가는 시간과 이미지를 붙잡고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그 결과 작품 안에서의 시간은 선적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닌, 초월적 존재에 가깝다. 시간의 초월을 표현하고자 작가는 다양한 관점과 매체를 포함하는 트랜스 미디어(transmedia) 기법을 사용한다. 우선, 전통적인 예술 매체인 회화를 통해,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서 겪을 과거 회상의 감정’을 상상하게 한다. 동시에 작가는 현대적 기술을 작업 과정에 활용하는데, 이를 통해 곧 다가올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상상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작품에서 금속 재질로 그려진 화살표는 엔트로피의 흐름에 따르지 않은 반직관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며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디지털화되는 것을 통해 영원히 박제된 이미지는 과거와 미래의 경계를 초월한다. <XHT-0083>는 테크노 디스토피아(techno-dystopia) 영화인 ‘THX-1138’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으로, 관람자는 과거와 미래의 장치를 왔다 갔다 한다. 감독 조지 루카스가 의도하였던 디스토피아의 암울함을 뒤집고 새로운 희망의 연대표를 구성한다.


복고 미래주의, 또는 레트로 퓨처리즘(retro-futurism)은 현 시대를 낙관적인 과거로 바라보며 경험하는 노스텔지아이다. 이는 가전제품이라는 새로운 기술, 그리고 기계로 인해 자동화된 일상을 맞이한 1950~1970년대의 시대적 분위기에 따라 나타난 것이다. 냉전시대의 긴장으로 인해 핵 기술에 대한 양가적 감정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기술의 파괴력에 대한 두려움과 원자력 대체 에너지의 발전 가능성이 공존했다. 이 때 원자 모티프를 활용한 "아토믹 스타일(atomic style)," 그리고 완벽한 마감을 자랑하는 "피니쉬 페티쉬(finish fetish)"과 같은 미학이 나타났다. 매끄럽게 반사되는 금속 표면과 부드럽고 감각적인 곡선은 에로틱하면서도 간결한 미래를 기대하게 했다.


테크노 유토피아(techno-utopia), 포스트 휴머니스트(post-humanist), 그리고 포스트 어스 리얼리티(post-earth reality)의 이미지는 그림, 건축물, 영화, 소설과 같은 매체를 통해 전파되어 왔다. 대부분 이러한 예술 및 디자인은 현재 속 미래를 창조했다. 미디어 속 장면의 파편들은 오로지 허구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현실과는 다른 미래를 보여준다. 또한 시공간을 초월하는 인간의 미래를 상상하게 한다. 이 때 등장하는 인간들은 자신들이 경험하는 시대적 현실 안에서 시간을 초월한다. 그들의 현실은 미래 기술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라는 장치에 둘러싸여 있다.


여태껏 우리는 사유, 예술, 그리고 미디어를 통해 미래에 대한 상상을 이뤄왔다. 그러나 눈 앞에 놓인 현실은 과거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기술적 혁신이 이뤄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테크노 유토피아는 여전히 실현되지 않고 있다. (그 예로, 3D 프린팅을 통한 장기 이식, 포켓형 컴퓨터로 영상 통화, 공중부양, 그리고 수명 연장을 위한 기술이 있다. 이 대신 우리는 온라인 감시 시스템, 얼굴 인식, 딥페이크, 블록체인 등을 통해 기술에 대한 두려움을 더욱 만들어 냈다) 한편, 최재원은 낙관적인 시각으로 지금 이 순간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이를 통해, 유토피아에 도달하지 못한 아쉬움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현재 우리의 이정표에 대해 고찰한다.


우리는 미디어 콘텐츠를 통해 시공간적 현실의 교란을 경험한다. 과거, 현재 및 미래 가 모두 현재의 단일한 경험으로 혼합된다. 미래 사회의 모습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고, 흘러간 시대의 음악을 들을 수도 있으며, 이 모든 것은 세계 곳곳에서 동시에 이뤄진다. 선형적으로 흘러가는 현실의 시간 속에서 시간의 비선형성을 경험하게 된다. 한편, 인터넷에 의존하게 되면서 미디어와 우리의 관계는 문제를 겪기도 한다. 미디어 아카이브는 실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에 언제든 전파되면서 변질될 수 있다. 또한 과거와 미래의 모든 경험들은 이를 회고하면서, 그리고 일상 생활을 겪으면서 변화한다. 이러한 변화들은 우리가 미디어를 해석하는 틀을 바꾸기도 한다. 결국 미디어를 통해 기록되는 시간은 무용지물이 된다. 여러 방향으로 흐르는 시간의 흐름 안에서 우리는 무수한 순간들을 동시다발적으로 경험한다. 과거, 현실, 미래의 끝없는 가능성들 사이에서 고아가 되어 표류한다. 최재원은 전통적인 매체인 회화를 통해 미래에 대한 무한한 상상의 바다를 항해한다. 레트로 퓨처리즘적 시각으로부터 시간의 새로운 흐름을 작곡한다.


글. Samantha Rori Blumenfeld

번역. 임지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