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업화랑이 11월 24일 (금)부터 12월 3일 (일)까지 10일간 신사동 멀버리힐스 1층 NF층 공간에서 작가 초대전시 《ABC FESTA》를 개최한다. 노충현, 박정기, 박형근, 박형렬, 이길렬, 임수범, 정성진, 최선, 최성균, 홍장오 10인의 작가들이 참여한다. 이들은 각각 《방 Room》, 《도를 아십니까》, 《유동성의 지형학》, 《Earth and Land》, 《Full of Empty》, 《소실된 풍경의 탐험》, 《재구축된 공간》, 《부작함초》, 《거울집》, 《루시 LUCY》라는 제목으로 전시를 구성한다.
- 전시 일정 / 2023.11.24 - 12.3
- 운영 시간 / 주중 11 - 19시, 주말 13 - 18시
- 장 소 / 서울시 서초구 강남대로 589 1층, NF층

노충현
노충현 작가는 서울이 지닌 풍경의 질감에 주목하면서 그동안 한강시민공원, 동물원, 홍제천 등을 그려왔다. 그는 먼 곳이 아니라 가까운 곳의 풍경을 그리며, 그림 속에 풍경, 현실, 그리고 내면이라는 세 개의 동그라미가 접점을 갖도록 노력하고 있다.

박정기 @chungki_park_art
김지민 작가는 회화와 사운드, 조명, 키네틱오브제 등을 활용한 토탈 인스톨레이션 작업을 통해 경험 되지 못한 지나간 문명이 남긴 기억, 기록 사이의 단차를 드러내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 된 신작 작업은 방사능 사고 이후 붉게 물든 채 정지되어 버린 ‘붉은 숲’, 그 안의 나무들로부터 출발한다. 나무의 늘 푸름이 생명의 기운을 예시한다면, 붉은 숲을 이룬 ‘붉은‘ 나무들은 사고의 순간 이미 그 생명을 다했음에도 부패를 도울 하는 미생물들조차 모두 사라져 죽음 그 자체로 남아있다. 아주 조금씩 풍화 될 뿐 사라지지 못하는 존재를 통해 ’핵‘이 우리에게 남긴 흔적을 탐구한다.

박형근 @hyunggeun_park
박형근 작가의 〈유동성의 지형학(Fluidic topography)〉은 지표면의 구조와 자연환경을 연구하는 지형학에서 착안하여, 물, 불, 바람, 빛 등 자연 본연의 작용으로 형성된 세계와의 물리적 접촉인 ‘걷기’에 집중한다. 보행은 이 세계 내외부의 변화를 탐구하고 유무형의 존재들과의 교감을 매개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박형근 작가는 제주도의 여러 장소 가운데 용암이 흘러내린 흔적 위에 형성된 하천을 직접 걸으며, 카메라로 포착 불가능할 수 있는 어떤 세계에 도달하고자 했다. 하늘, 바다, 땅이 각자의 자리를 구축하기 이전의 태고적 영역으로 회귀하려는 시도는, 인간 중심적 세계관이 배태한 분열과 갈등에 대처하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회복하는 단초가 된다. 〈유동성의 지형학(Fluidic topography〉은 역사적 장소와 풍경의 미학적 측면을 결합시켜 기억, 역사, 지질학적 문제를 사진으로 서술하고 있다.

박형렬
박형렬 작가는 척박하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땅을 찾아다니며, 땅을 조각하거나 덧내는 형식으로 일시적인 공간을 구성하고 사진과 영상 매체의 특성을 이용한 시각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미지 작업 이후에는 조각한 땅은 다시 덮는 개입의 흔적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면서, 자연에 대한 대상화에서 벗어나 보다 지속적인 관계를 만들어 가기 위한 수행적인 구조를 실험하고 있다.
작업의 시각적 요소는 오랫동안 탐구해왔던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서 볼 수 있는 지배적이고 수직적인 관계와 자연공간에서 만들어지는 도시적인 구조에 대한 연구, 그로 인해 보이지 않게 드러나는 폭력의 징후를 은유적으로 재구성하여 드러낸다. 이런 요소를 통해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적인 구조의 관계를 드러냄과 동시에 또 다른 풍경의 가능성을 찾아가고 있다.

이길렬
이길렬 작가의 이미지는 비어 있거나 가득 차 있다.
공간에서 둘은 만난다. 하나는 온갖 색으로 무장하고 과장된 움직임으로 꿈틀거린다. 허리를 숙이고 가까운 시선으로 보았다. 다른 하나는 차마 모든 것을 지워버리지 못한 채 마지막 한 줄을 품고 있다. 먼 곳을 응시한 것이다.
화려함으로 가장한 것들은 사라지거나 사라지는 과정의 잔재들이다. 풀은 또는 꽃은 이미 쓰러졌거나 떨어진 것들이다. 나무는 곧은 몸을 뒤로 하고 파쇄되었거나 압축되어 버린 것들이다. 누워있고 말라간다. 저항하지 않을 운명이며 썩어버릴 운명이다. 색은 치장일 뿐 무의미하다.
가로지르는 선 또는 선들은 수평선 지평선 사막 그리고 산이었다. 그들은 화려했지만 지워지고 제거된 잔재이다. 그것이 그것이었다는 흔적은 남겨진 아우리 뿐이다. 채우는 것이 아니라 제거되고 남기는 것이다. 라인은 궁극적인 상태를 모호하거나 불확실하게 하기 위한 최소의 남김이다.
공간에서 둘은 만났다. 공감하면 냉정해지고 감동하면 냉철해진다.
나도 그렇고 당신도 그렇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임수범 @subeomsu
임수범 작가의 작업은 세계에 있는 수많은 경계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한다. 인간은 편리함을 위해 음과 양, 미와 추, 남과 여, 선과 악 같은 많은 것들 사이에 경계를 만들었다. 하지만 세계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물질이라는 것은 5% 정도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것들을 느끼지 못한다. 그런 세계 안에선 이분법적인 범주에 만물이 두 갈래로 나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종종 사람들은 이 같은 구별/구획/구분 뒤에 따라오는 소속감과 안정감을 위해 그런 오류들을 감수하곤 한다. 작업에서는 그런 경계들을 모호하게 보여주기 위해 여러가지 방식을 통해서 세계를 그려 나가며, 그 속에서 다양한 상상들이 오갈 수 있도록 유도한다. 작품을 통해서 모호한 세계 사이의 경계를 벌려, 이분법적 구분 사이에 소실된 풍경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자 한다.

정성진 @sungjin_jung
정성진 작가는 인간의 불완전한 감각으로 바라본 삶의 장소를 3D 기반의 가상 공간으로 소환한다. 잠을 자는 동안 무의식이 기억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현실을 왜곡하고 뒤틀며 유동적인 상태로 출력하는 과정에 흥미를 느낀다. 꿈을 꾸는 동안 기억 속 장소와 공간은 현실과의 연결고리를 끊어내며, 물리적 시공간은 본인의 소망과 욕망에 따라 기이한 방식으로 재조합된다. 그 생생한 꿈의 이미지를 추적하고 재현하는 과정에서 3D 그래픽 이미지를 활용한다.

최선 @ssuny_ch
최선 작가는 미술의 사회적 의미, 미술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출발한 다양한 작업을 선보인다. 사회에 공유된 의식 속 첨예한 대립점에 놓인 주제들을 탐구하고, 동시대인들이 자신의 가치를 찾아가도록 돕는 작업을 추구한다. 그리고 개인적인 관심과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우리가 세계와 마주하고 있는 이슈들로 확대되는 작업들은 과거에서 출발하지만 현재에까지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다. 작가가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과 그 시선 속에서 발견된 주제들이 과거에 걸쳐 이어지는 과정을 따라간다.

최성균 @cip009
최성균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수집한 폐 거울을 사용해왔던 전작들과 달리 새 재료를 사용해 다양한 조형미를 지닌 거울 시리즈를 선보인다. 수집한 재료가 아닌 만큼 작가의 의지에 따라 은경, 백경, 브론즈경, 핑크경, 흑경 등을 사용해 다양성을 갖추었고, 자유 곡선을 이용해 드로잉 하듯 작가가 상상하는 형태와 과정에서 발생한 변수가 더해져 비정형적인 거울이 만들어졌다.
이렇게 제작된 작품의 값은 거울 한 판에서 거울을 제작하고 남은 파편들/버려진 것들을 무게로 달아 거울의 값을 계산한다. 작가가 정한 가격 산정 기준에는 일반적으로 크기에 비례해 값이 비싸지는 것에 반해 오히려 거울의 크기가 커질수록 버려진 영역이 적어 가격이 저렴해지는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이러한 가치의 전복은 소외된 것에 주목하는 작가의 작업 개념과 그 맥락을 같이 하며 관람자/구매자가 생각하는 작품 가치의 기준을 모호하게 한다. 일종의 산업폐기물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매끄럽고 온전한 오브제를 소유하는 과정은 버려진 존재에 대한 환기이자 주변부를 중심으로 이끄는 원동력과도 같다.
작가노동의 가치가 물화되어 예술작품으로 치환되고, 중심에서 벗어난 주변부를 주목하는 작업은 그동안 축적한 작업의 내러티브를 통해 동시대 예술로서 유효한 지점을 획득한다. 이번 거울집 작업을 통해 아름다운 외형의 가치를 위해 뒤편에서 희생되고 소외된 모든 것에 한번쯤 본인만의 가치를 부여해 보는 경험을 실행하고 싶다.

홍장오 @hong_jangoh
홍장오 작가의 작업은 비미술적 재료들의 이질적 조합과 형태를 이루는 관성적 구조의 틀을 해체, 중첩, 변형하여 현실과 가상이 만나는 경계의 지점에서 상상으로 합성된 하이브리드적 생체모형이다. 이는 상이한 재료들이 가진 시각적, 물리적 성질이 인위적인 개입에 의해 발현하는 우연성을 최대한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루시-LUCY〉 시리즈로 이어지는 일련의 작품과 드로잉은 늘 비선형적이고 비계획적이며, 이로 인한 불확정성은 작업의 마지막 결과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