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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화랑 용산은 상상의 세계를 시각적으로 구축하는 한편 회화라는 매체의 탐구를 조화롭게 견지하는 작가 임수범(b.1997)의 개인전 ⟪탐험가 S, 너는 값진 거짓말을 보았어⟫ (2023.8.5 – 9.10)를 개최한다. 임수범은 발 딛고 있는 시공간에 현존하고 있는 대상을 면밀히 관찰하고, 그 관찰을 바탕으로 화면 안에 낯선 차원의 세계를 생성해 낸다. 그의 관찰 대상인 자연과 생물 그리고 과거의 유물과 유적은 작가의 상념과 상상력과 교차되며 비현실적인 병치와 재결합을 통해 불규칙하고 새로운 풍경으로 탈바꿈한다.

이번 전시는 유년 시절 공룡의 뼈를 그리고는 했던 S가 오래된 공룡 그림책을 다시 발견하고 기억 속 상상의 형체와 실제 모습은 다르다는 깨달음을 얻은 일에서 출발한다. “S, 그는 유년 시절 공룡의 뼈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과거의 거대한 생명이었던 것의 뼈를 그리는 행위는 직접 보지 못한 알 수 없는 새로운 세계를 떠올려 볼 수 있는 경험을 주었기 때문이다. 아마 지금까지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도 그 뼈를 그리며 느낀 흥미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른이 된 S는 매일 같은 일상을 반복한다. 그림을 그리고, 그림을 그리기 위해 돈을 벌고, 또다시 그림을 그리고. 반복되는 일상의 무료함에 빠져 있을 때 S는 그의 공간에서 어릴 적 보았던 오래된 공룡 그림책을 발견한다. 책에 나온 공룡의 모습은 지금과는 다른 이상한 자세로 땅을 딛고 서 있었다. 실제 공룡은 상상 속 공룡의 모습과 많이 다를 수도 있겠다는 것을 생각했고, 그 경험은 권태로운 S의 삶에서 작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당연한 무언가는 없었다. 그렇기에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었다. 새롭게 펼쳐질 세계에 대한 호기심에 S의 눈이 반짝였다.

S의 호기심도 그저 그런 인간이기에 당연한 것이었다. 그는 마침내 길었던 권태를 끝내고 새로운 세계를 그려내는 탐험가가 되기로 하였다.

S는 주로 오래된 유물, 사람이 오랜 시간 발길이 닿지 않았던 공간, 이제는 인간들의 관심에서 조금은 멀어진 것들을 찾아다니며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어느 날 S는 사람들의 관심이 적은 기이한 형태의 바위들이 전시된 공원에 갔다. 그곳에서 먼지 쌓인 채 방치된 바위 조각의 형태를 바라보며 S는 생각하게 되었다. 이 바위의 시작은 어디였을까? 흘러가는 바위의 시간을 전시의 목적이라는 명목하에 가둬 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는 바위를 바라보는 것 자체도 그것에 대해 명확히 알지 못하면서 확신하고 단정 짓지는 않았을까?

S는 사유를 통해 어느 것도 명확한 답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만 확실한 것은 정해진 게 없으니, 모든 것들은 판단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일 뿐이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긴 여행길에 S는 그런 생각들을 그려내 가기 시작했다. S의 세계는 아마 죽기 전까지 불안정하고 불명확한 생각들로 끝없이 넓어질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행위는 인간이기에 당연한 것이고, 그의 세계는 분명 값진 거짓말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이렇듯 임수범은 S가 마치 탐험가처럼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장소와 관심에서 멀어진 대상을 찾아다니며 얻은 사유를 통해 불완전하고 불명확한 생각들로 그의 세계를 확장해 나갈 용기를 담아냈다. ⟪탐험가 S, 너는 값진 거짓말을 보았어⟫는 이분법적인 현실의 경계를 흐리고 그것을 조형적 언어로 재배열하여 실제 세계의 분열을 초월하고, 전에 없던 폭넓은 시야를 제시하며 더욱 너그럽고 견고한 세상을 상상하는 임수범의 작품을 만날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