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LJI-RO


김한나 Solo Exhibition

<Scoop Surface>

28. Jun 2023 - 16. Jul 2023



Scoop Surface


도려나간 스쿱의 아이스크림도 결국은 하나의 아이스크림이다. 완벽한 원을 만들기 위해 도려지는 아이스크림은 질감과 재료에 의해서 각기 다른 형태로 잘려 상대에게 전달된다. 도려진 스쿱의 아이스크림의 단면도 그 덩어리도 그리고 남은 덩어리조차 감정의 원형에서 조각나는 모습들이다.

 

우리는 감정의 한 단면만 바라보고 있지는 않을까? 관계는 결국 감정을 주고받는 것이다. 그림으로 표현하자면 사회적 관계 안에서 보통의 사람들은 감정을 정갈한 형태의 직사각형 혹은 정방형으로 다듬어서 보여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나는 그 사이에 어그러진 형태들을 느낀다. 그리고 그 어그러짐을 콕 집어 얘기하고는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예민한 사람이 되어간다. 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언제나 가지런히 정리된 형태로 나오지 않는다. 한 사람에게 나오는 성격이나 감정도 수만 가지가 될 것이다. 또한 그 무수한 감정의 겹 역시 그림을 보듯 한 화면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나는 조형을 만들었고, 그 온전한 덩어리를 오롯한 하나의 것으로 바라보았다.

 

무수한 면을 가지고 있는 조형작업에서 최근 선보이고 있는 화면을 쪼갠 부조 형태의 작업으로의 변화는 나의 버릇과 맞물려 ‘회화와 덩어리’를 어떻게 감정의 형태로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회화는 앞과 뒤라는 면이 명확히 주어지지만 나에게 보이지 않는 뒷면은 어그러진 형태의 감정이 가진 또 다른 면모와 같이 느껴졌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화면을 자르고 긁어내고 뒷면을 앞면으로 가져다 놓는 식의 방식으로 작업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면 계속 잘리고 붙이고 또 탈락하여 버려진 조각도 있다. 이들 역시 감정의 찌꺼기임과 동시에 면의 한 측면이라 판단되어 작업의 소재로써 사용되게 되었다. 찢긴 면과 조각나는 화면의 조각들은 서로 뭉쳐져 감정의 한 면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물감은 보다 즉흥적인 감정의 형상이다. 흐르고 덩어리지면서 면에 층위를 더욱 고조시키고는 한다. 발랐다 지우기도 하면서 남겨지는 흔적들은 그 존재가 완벽히 사라지지 않는다. 손 위로 흘러내린 아이스크림을 닦아내도 남겨져있는 끈적임 처럼 이 또한 감정의 상처가 남긴 흔적 같은 것일까? 그렇다면 우리의 도려내고, 덧발라 다듬어진 감정의 모습은 어떤 형태로 주고받는 것일까 생각해본다.


글. 김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