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LJI-RO


이재욱 Solo Exhibition

<Red Line>

24. Apr  - 12. May 2019



RED LINE


레드라인
제주 4.3 사건 당시 군은 신문을 통해 포고령을 내린다. 해안으로부터 5km 이상의 중산간 지방을 통행하는 자는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폭도 배로 간주 발포, 사살하겠다는 내용이다. 5km는 그 어떤 지형학적 논리와 적법절차 없이 극단적으로 기준 되었다. 대다수의 중산간 마을이 포함되는 이 경계로 인해 4.3 사건 당시 가장 많은 희생자가 이때 발생하였고 제주는 그렇게 초토화되었다. 지금은 평화롭기만 한 이 중산간의 길목들은 70년 전 주민들이 목숨을 걸고 넘어 다녔을 그 지점들이며 죽음을 각오한 한계선(Red line) 이다. 이 선은 현재까지 끊어지지 않은 채 보이지 않는 검열의 선이 되었고 억압과 통제의 수단으로 오늘날 존재한다.
언젠가 나의 두려움이 저 붉은 지점을 넘어 설 수 있을 때 그들의 공포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내 검열로부터 자유로운 용기를 가지게 될까.
- 제주 2018

나는 2017년-2018년 1년간 제주도에 살며 4.3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4.3은 잘못된 권력이 어떻게 국민에게 작용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우리의 역사다. 그 기록을 끄집어 내고 재표현하는것은 잘못된 권력의 지점을 향한 나의 저항이다.
지나간 사건을 사진적으로 해석하기위해 조명(레이저)를 이용한 설치로 시각화 시켰다. 붉은 선은 갈등의 최고조를 의미한다. 날카로운 극단으로 나누어진 두가지 이념을 표현하기위에 레이저를 선택하였다. 살아남음과 죽음의 경계선.
1년간 제주에 살면서 제주와 4.3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4.3에 대한 자료조사 중 사건당시 9연대장 송요찬소령이 신문에 내린 포고령을 접하게된다. 학살을 명분화 하려는 포고였다. 갈등의 고조와 극단의 잔인함이 느껴졌다.
제주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짐에따라 4.3을 이야기 하고싶은 마음이 점점 강해짐을 느낀다. 그때부터 포고령에 등장하는 해안선으로부터 5키로 지점들을 다니며 촬영에 적합한 장소들을 조사하였고 제주를 떠나기 2달을 남긴 시점에 촬영을 진행 했다. 촬영은 지도와 gps를 기반으로 정해진 위치에서 완전히 어두운 한밤중에 레이저를 설치하고 1-2분 정도의 장노출로 이미지를 담았다. 사진속에는 어렴풋이 제주임을 유추할 수 있는 돌담이나 귤농장창고 등이 등장한다. 장노출로 인해 바람부는 제주의 나무는 흔들리고있지만 넘어서는 안되었던 그 억압의 선은 71년이 지난 지금까지 선명하게 나의 앞을 가로막고 서있다.




글.이재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