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LJI-RO


안동일 Solo Exhibition

<오발탄>

7. Oct  - 1. Nov 2020



오발탄 Aimless-bullet




도시에서 마주치는 풍경에 대하여 관찰하고 기록하는 안동일의 작업은 산이나 들, 강, 바다와 같은 자연의 풍경이 아닌 현상을 직시하여 포착되는 어떠한 정경이나 상황이다. 작가는 익숙했던 풍경이 어느 순간 낯설게 느껴지는 과정에 주목한다. 낯선 풍경은 개인의 주관성으로 작동하며 좋은 풍경과 나쁜 풍경으로 구분되고, 특별한 풍경으로 전환된다. 그 풍경의 이미지는 점점 익숙해지며 특별함이 사라지고 개인의 일상으로 자리 잡는다. 일상이 된 풍경에서 처음의 낯섦은 사라진다. 하지만 새로운 시점, 혹은 세월이 지나 바라보는 풍경은 다시금 다른 방식으로 낯섦을 이야기하고 “두 번째 풍경”을 만든다.

안동일 작가는 풍경 속에 포함되어 살아가고 있는 하나의 주체로서 도시 속 “두번째 풍경”을 기록한다. 결혼을 하고 아이와 함께 방문한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경험한 두 번째 풍경은 공원 내 17 곳에 설치된 18개의 기념비와 30개의 글판들 이었다. 글판에 새겨진 익숙한 이름들과 함께 70년대 당시 교육이념이 새겨진 상태로 곳곳에 세워져 있는 기념비들은 이데올로기 그 자체이지만 이제는 지나간 이념의 흔적으로만 남아 있다. 기념비의 이데올로기는 어린이대공원 이라는 장소의 특성과 대립하며 이질감을 형성한다. 이러한 대립적인 낯선 풍경은 작가에게 두 번째 풍경으로 기록 된다.

이번 전시에서 안동일 작가는 낮과 밤의 명암에서 대비되는 기념비들의 이데올로기적 풍경을 기록 한다. 피사체를 바라보는 일반적인 구도를 사용하지 않고 전시 공간을 촬영하는 접근법으로 작품이 아닌 장소를 바라보는 “Installation-view”이다. 이와같은 관점에서 기록된 기념비들은 하나의 피사체가 아닌 어린이대공원에 구성된 하나의 “풍경”이 되고 결국 형태만 남은 추락한 위상의 기념비들이 된다.

전시 제목인 《오발탄》의 사전적 의미는 ‘잘못 쏜 탄환’이다. 서울어린이대공원으로 잘못 쏘아진 탄환과 같은 기념비들은 작가에게 낯선 두 번째 풍경과 같은 대상이다. 1961년에 개봉한 리얼리즘 영화인 <오발탄>의 감독 유현목은 이렇게 회상했다. “충무로 일대에서는 영화를 관람한 후 집에 들어가지 않고 삼삼오오 다방으로 모여 영화에 대해 밤늦도록 이야기하며 서성거리는 20~30대 가장들이 많았다. 자신의 이야기가 영화에 나와서 도저히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한 가족 구성원들을 통해 전쟁이 남긴 상처와 전후의 궁핍한 사회상을 그려내 당시에 철저한 리얼리즘으로 칭송받은 영화였지만 지금 세대들에겐 하나의 고전 영화일 뿐이다. <오발탄>에 남겨진 이데올로기의 흔적은 마치 서울어린이대공원 기념비들의 낯선 풍경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