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LJI-RO


박승예 Solo Exhibition

<정신승리>

4. Nov  - 29. Nov 2020



《정신승리: 나는 아주 큰 귀를 가졌다. 그것은 나의 귀가 아니다》 

(Spiritual Victory: I have very big ears which aren’t mine)


2020년 11월4일부터 상업화랑 을지로점에서는 박승예(Seung Yea Park)작가의 개인전 《정신승리: 나는 아주 큰 귀를 가졌다. 그것은 나의 귀가 아니다》가 개최된다. 박승예 작가는 종이 위에 펜과 아크릴을 사용하여 서로 모순을 지닌 자아들이 만나 일그러지고, 흔들리며, 불안을 뚝뚝 떨구어 내는 불안정한 순간을 그려내고자 한다. 이 과정은 작가 스스로 ‘극복’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그러한 공존의 순간에 쏟아지는 두려움과 부정의 뒤숭숭함과 불안을 작가는 ‘깨어 있음’ 으로써 받아들이고자 한다. 상업화랑은 이러한 개인의 감정과 순간들을 자화상과 풍경 드로잉으로 표현하는 박승예 작가의 드로잉 작품들을 선보이고자 한다. 특히, <Landscape of anxiety>라는 제목을 붙인 다양한 풍경 드로잉은, 자화상 시리즈와는 다른 느낌으로 사회 속 개인의 불안을 표현한다. 조지오웰의 1984에 등장하는 ‘이중 사고(double think)'와 루쉰의 아Q정전에서 영향을 받은 박승예는 이 두 가지 문학의 공통점을 기반으로 전시의 제목을 떠올렸다. 개인과 시스템 안에서의 모순과 갈등을 이야기하는 두 가지 문학은 작가의 내면의 이야기와 감정을 구체화시키는데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끊임없는 내면의 독백을 화면위에 쏟아내는 박승예 작가의 작품을 관람하며, 현재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매일의 삶이 불안으로 가득한 우리의 삶과 내면을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정신승리’ 어원: 아Q정전
이 근원의 정체를 알 수 없는 자 아q는 무수한 모욕을 당하면서도 내심에서 '내 속으로는 너를 이겼다.'는 정신승리로 자신을 위로하고 덮는다. 정신승리법이란 자신을 합리화 하려는 방어적 무의식이라 할 수 있다. 외부의 현실과는 별개로 스스로 자신을 합리화 하는 것을 떠올림으로 스스로의 수치와 모멸을 넘겨가는 회피의 방식이기도 하다.

이렇게 자기 자신을 속임으로 스스로의 수치심이나 가책을 회피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죠지 오웰의 1984 에 등장하는 '이중 사고(double think)'다. 이중 사고는 간략히 '두 가지 모순된 명제를 동시에 믿되, 그 모순을 의식하지 않는 능력'이라고 정의된다. 그 과정 중에 상반된 의식에 대한 의심을 가지지 않아야 하며 죄책감도 피해나가야 한다.

1984에서 연인과 함께 고문실로 끌려간 윈스턴은 극악적인 고문의 상황에서 최후의 고통을 피하기 위하여 외친다. 자신대신 연인인 줄리아를 고문하라고.

위의 두 가지 문학은 공통적으로 개인과, 시스템 안에서의 모순과 갈등을 이야기 하고 있다. 아q정전을 꿰뚫는 하나의 단어는 '정신승리' 이며, 1984는 모순과 갈등의 충돌과 그 충돌을 기망하는 '이중 사고'이다. 그리고 이 이중사고와 정신승리는 맥을 같이한다.

안다. '살려고들' 그런다.

(작가는 개인전의 제목을 책들의 제목에서 따오곤 한다. 이번의 개인전의 제목을 ‘정신승리’로 할것인가 ‘ 이중사고’로 할것인가를 잠시 고민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