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LJI-RO


최규연 Solo Exhibition

<깜빡 Here and There>

19. May - 6. Jun 2021



일상의 편린을 회화적 언어로 구현해온 최규연 작가의 개인전 《깜빡 : Here and There》는 깜빡이며 점멸하는 순간들, 무심코 지나치는 풍경들을 엮어낸 유화와 드로잉 작업을 선보인다.

최규연은 작업실의 작은 사물부터 거리의 생명까지, 특별할 것 없이 되풀이되는 일상에서 금세 잊히고 마는 것들을 기꺼이 기록한다. 조용히 우리를 응시하는 풍경은 화면 속에 서 비로소 저마다의 자리를 찾는다. 선택되는 대상은 필연적 이지 않더라도 자꾸만 우리의 주변을 맴도는 무언가, 우리의 시선이 머무는 어딘가로서 성긴 연결고리를 지닌다. 이때 작가 앞에 놓인 빈 캔버스와 종이는 이리저리 편재하는 기억 의 파편들이 안착할 장으로 기능한다.

한편 대상에 간섭하거나 관계를 맺기보다 “적당한 무의식과 직관, 상상”을 통해 관조하는 작가의 태도는 특유의 간결한 표현에서 드러난다. 옅은 농도로 평면 위를 오고 가는 물감은 작가의 단상을 하나의 이미지로 꿰어낸다. 빠르고 단순하게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건져진 조각들은 느린 호흡으로 재현 되며 독특한 질감을 형성한다. 동시에 화면 가득 확대되거나 소거됨으로써 남은 여백은 대상의 표면, 나아가 “볼 수 있는 쪽의 반대편”에 정주하는 작가의 시선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최규연의 그림은 “흐릿한 기억과 불분명한 생각 사이에서 마음을 잡아끄는 것들”의 얼굴에 무심한 듯 다정한 눈길을 건낸다. 길가의 고양이와 화분, 수조 속 물고기, 아직 완성되 지 않은 건물은 작가에 의해 이름 붙여진다. 수수께끼로 다가오던 풍경들, 길을 걷다 멈춰서게 하는 것들이 일으키는 질문과 감정이 각자의 자리에서 깜빡인다.






글. 상업화랑  김소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