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LJI-RO


기획전

<지금은 과거가 될 수 있을까 The Continuous Present>

10. Mar - 11. Apr 2021



상업화랑은 2021년 3월 10일부터 4월 11일까지 기획전 《지금은 과거가 될 수 있을까 The Continuous Present》를 개최한다. 좀처럼 지나가지 않는 ‘지금’에 대해 질문하는 이 전시는 재난과 일상의 감각 사이, 예술과 웹 아카이브 사이를 가로지르는 작업들을 소개한다. “지금은 과거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팬데믹(pandemic)과 재난의 차원에서, 매체에 의해 재편된 시간의 차원에서 중의적 의미를 갖는다. 5명(팀)의 전시 참여 작가, 박진영, 김라연, 박예나, 팀 Interrobang(양화선, 이승미, 문소영, 김영삼), 황민규는 재난을 다룬 다큐멘터리 사진, 회화, 페이크 다큐멘터리 영상, 웹 사이트 등의 다양한 매체로 이러한 문제의식을 선보인다.


전시의 첫 번째 키워드는 ‘재난’이다. 모두 지금이 지나가기를 기다리지만, 바이러스가 만든 현실은 여전히 과거가 되지 않았다. 지나간 과거라고 여겨지는 재난의 경우에도 ‘타인의 재난’이라 외면할 수 있을 뿐 남겨진 상흔은 쉽게 ‘지나가지’ 못한다. 그리고 누구도 타인의 재난이라 할 수 없을 코로나 이후의 팬데믹은 적응해야 할 일상이 되었다. 우리는 지금을 극복하고 과거와 닮은 미래를 회복할 수 있을까? 혹은 이것이 과거로 돌아갈 수 없게 하는 거대한 전환점임을 받아들여야 할까?

사진이 재난을 다룰 때, 과거의 폐허에서 무엇을 현재로 건져 올릴 것인가? 박진영의 다큐멘터리 사진은 가장 충격적인 장면을 기록하는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충격적 순간 이후에 남겨진 일상적 풍경들과 잔여물들을 불러 온다. 이번 전시에서는 동일본 대지진 10주년에 주목하여 3.11 쓰나미와 후쿠시마 원전 폭발과 관련한 사진 작업들을 선보인다.

오늘날의 재난은 조용히 우리가 숨 쉬는 공기를 잠식하며, 사람이 줄어든 거리의 텅 비어 있는 풍경을 형성하였다. 이러한 조용한 재난의 모습은 김라연의 회화에서 드러나는 쓸쓸한 도시의 풍경과 중첩된다. 또한 팬데믹이 ‘비대면’의 시기를 지속하게 하면서, 가상공간은 이제 누구도 ‘가짜’ 현실이라 부를 수 없을 현실 그 자체가 되었다. 이는 실제 상황과 가상세계인 애니메이션을 자연스럽게 중첩시키는 황민규의 영상 작업에서 부각된다.


전시의 두 번째 키워드는 ‘매체에 의한 시간의 재구성’이다. 이는 1층의 사진과 2층의 웹(web) 기반 작품들을 가로지르는 주제가 된다. 바이러스에 의해 오프라인 공간의 밀도가 느슨해진 가운데, 웹의 지극한 활성화는 예술의 위기 혹은 기회로 읽힌다. 현재-과거의 간극이 사라진 자리에 동시성이 등장하고, 웹상에서는 고정된 최종산물이 아니라 계속해서 갱신되는 과정의 도큐멘테이션이 곧 예술 작업이 된다.

재난과 일상 사이, 과거-현재-미래로 흘러가는 시간과 매체에 의해 ‘지속되는 현재’로 재편된 시간 사이, 예술 현장과 온라인 아카이브 사이, 그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한 어디쯤에 우리는 서 있다. 과거와 현재의 재난이 겹쳐지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중첩되는 이 공간에서 결코 하나로 정의되지 않을 지금의 면면을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상업화랑 전시기획팀 김명진, 김소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