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량 Solo exhibition

바다와 나비 II

10 - 19. Dec.  2021

이번 개인전에서는 강릉통일안보전시관(강릉 안인진리 소재) 진열장에 들어있는 무장공비 유류품을 정물화 양식으로 그린 작품 30여 점을 선보인다. 1996년 9월 18일 새벽, 강릉 안인진리 해안에서 좌초된 북한 잠수함이 발견되었고, 이후 49일에 걸쳐 무장공비를 추적·소탕하는 군사작전이 펼쳐졌으며, 26명 중 25명이 사살되었고, 1명은 월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전 과정에서 국군 및 경찰 11명, 민간인 4명이 사망했고, 작전지역 6개 시군의 경제손실은 2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시관에는 잠수함 내부와 작전과정에서 습득한 유류품 100여 점(기기 및 장비류, 피복류, 식품 및 약품, 총포류 등)이 진열되어 있다. 

 이것은 작년 2월, 북한 잠수함 내부의 갖가지 장비를 그려 같은 전시장에서 열었던 《바다와 나비》의 후속 전시이다. 무언가/누군가의 부재·죽음 끝에 ‘안보관광’ 전시물로 바닷가에 올려져 있는 잠수함은 그들의 주검이기도 하지만, 내부의 각종 설비나 기계 장치가 형형색색 화려한 색깔을 입고 있어서 그것은 그대로 흡사 ‘꽃상여’처럼 보였다. 기계 장치 하나하나를 공들여가며 마치 초상화 그리듯 그렸었는데, 분단·냉전으로 얼룩진 한국현대사를 배경으로 두었을 때 적의 죽음과 나의 삶이 딱히 명료하게 분간되지 않는 것임을 감안하면 그 초상화는 결국 우리의 ‘자화상’이 아닐 수 없었다. 

전시관에 전리품처럼 진열되어 있는 각종 유류품도 곰곰 따져보면 우리의 자화상이다. 그것은 그들의 영정(影幀)인 동시에 우리의 영정이다. 여러 가지 사물을 성의껏 그리다보니 그림 그리는 일이 꼭 장례(葬禮) 치르는 일이나 다름없다. 


출품작: <정물> 연작 5점, <영정: 그대 그리고 나> 연작 20점, <매장시초(埋葬詩草): 유령과 나> 연작 3점 등 40점 안팎. 모두 한지에 목탄과 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