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시네마 큐레이션
by 김소희, 허서영 (상업화랑 전시기획팀)

상업화랑 기획자들이 추천하는 삶을 성찰할 수 있게 하는 영화들,  OTT 서비스를 통해 감상할 수 있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골라 보았습니다. 상업화랑에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전시 《지금은 과거가 될 수 있을까(The Continuous Present)》와 함께 보시면 더 좋습니다.


<스틸 라이프 (Still Life)>, 2013

(김소희)

매일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음식을 먹으며 구청으로 출근하는 존 메이는 무연고 사망자의 유품을 정리해 장례를 치른다. 누군가의 마지막을 배웅하는 그의 태도는 정갈한 일과 만큼이나 정성스럽다. 그렇기에 영화는 죽음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자꾸만 삶으로 끌어당긴다. 그를 이토록 성실하게 만든 계기는 무엇이었으며, 그 조용한 다정함은 어디로부터 왔을까. 그가 매일 밤 찬찬히 들여다보는 파란 앨범 속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얼굴들은 어쩐지 낯설지 않다. 고독의 단단함으로 여전히 살아있을 존 메이를 아주 오래 기억할 것이다. / 왓챠(watcha)에서 감상 가능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Extremely Loud and Incredibly Close)>, 2011

(김소희)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남겨진 자들의 삶은 어떻게 지속되나. 영화는 9.11 테러로 아버지를 잃은 11살 오스카의 시선을 통해 이별을 직시하고 공동(空洞)을 껴안는 과정을 가까이 보여준다. 아버지가 남긴 단서를 발견한 오스카는 2001년 그날에 머물러 있는 깜깜한 다락방에서 벗어나 뉴욕의 곳곳으로 모험을 떠난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슬픔을 마주한다. 이윽고 오스카가 감내해야 했던 상실과 단절 위에는 촘촘한 매듭이 묶인다. 오스카의 아버지에게, 그날을 함께 겪은 이들에게 사려 깊은 안녕을 고한다. / 왓챠(watcha)에서 감상 가능 





 <조조 래빗 (Jojo Rabbit)>, 2019 

(김소희)

벽장에 숨어 어른이 될 수밖에 없었던 아이와 구두끈을 동여매며 느리게 성장하는 아이, 울지 않기 위해 춤추는 어른과 머릿속 악마를 쫓으며 사는 어른의 이야기. 영화는 절망적인 역사의 틈에서도 조금씩 변화하고 자라나는 것들에 애정을 보낸다. 히틀러를 상상 친구로 삼고 있던 조조가 그를 창문 밖으로 밀어내기까지, 순수한 눈길로 읽어가는 비극의 서사는 우리 안에 깊숙이 자리하는 혐오와 미움을 꺼내어 돌아보도록 한다. 사랑스럽지만 동시에 먹먹하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오프닝 시퀀스와 엔딩을 장식하는 비틀즈와 데이비드 보위의 음악이 귓가에 맴돈다. 부디 마음껏 사랑하고 춤출 수 있기를.





<리스본행 야간열차 (Night Train to Lisbon)>, 2013

(허서영)

오랜 시간 반복되는 새로울 것 없는 일상을 살던 주인공은, 폭우가 쏟아지던 어느 날 우연히 다리에서 목숨을 던지려던 낯선 여인을 구한다. 하지만 곧 갑작스레 사라져버린 그녀를 찾아, 그녀가 남긴 단서들(책과 기차 티켓)을 들고 무작정 리스본행 기차에 오른다. 그렇게 우연히 찾아나선 책 속 인물들의 뜨거웠던 삶에 강렬하게 이끌린 주인공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새로운 시공간에서의 강렬함과 열정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기차에 몸을 실을 것인가. 운명의 기차가 이끄는 목적지가 어디인지 우리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기차에 올라탈 것인지 머무를 것인지는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 왓챠(watcha)에서 감상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