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일, 사진을 경유해 이데올로기 상징물을 치환하다
‘동상’과 ‘사진’은 내러티브를 축약해 제시한다는 점에서 서로 닮아있다. 이들은 연속적인 과거를 하나의 대상을 통해 압축된 형태로 대변하지만, 이는 필연적으로 관람자의 시선을 재구성하고 대표성을 획득해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때문에 동상과 사진이 필연적으로 이데올로기적이라 간주되는 것이다. 안동일은 흥미롭게도 동상의 이데올로기를 해체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다. 그의 사진은 동상의 역할과 매우 닮아있음에도 ‘있는 그대로’를 다시 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적합한 매체로 기능한다.
안동일, <Installation View>, Digital Pigment Print, 60X40cm (each), 20200818.
안동일은 구도 변화와 규칙 등을 부여해 동상이 발산하는 의미가 사라져버린 풍경에 집중한다. 그 결과 동상의 메시지와 이데올로기는 탈각되기에 이른다. 그의 작업에 소재는 분명 동상이지만, 작품의 모티프로 작동하는 것은 동상이 세워진 장소와 맥락 사이의 복합적인 관계이다. 우리는 안동일의 사진을 경유해 다음과 같은 질문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동상은 무엇 혹은 누구를 위한 것이며, 동상이 세워진 장소는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가?”
동상은 필연적으로 그것이 세워지는 장소와 떨어질 수 없는 대상이다. 그 장소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가는 거리에 혹은 휴식을 취하는 장소에 배치되어 우리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특히 그가 ‘어린이대공원’에 설치된 동상에 주목하는 이유 역시 이 때문이다. 자연 체험과 놀이를 목적으로 설립된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에 배치된 동상이 장소의 이중성을 더욱 양극화시키기 때문이다.
안동일, <2019년 3월10일>, Digital Pigment Print, 40X60cm, 2019.
결과적으로 안동일은 사진 매체를 통해 동상에 대해 사유함으로써 동상이 지니는 강력한 이데올로기를 치환한다. 그는 동상을 선택했지만 동상만을 선택하지 않는다. 그는 동상이라는 고정된 대상에 맥락을 끌어들이고, 그것을 향유하고 존재하게 하는 내러티브를 은유적으로 끌어들인다. 그 과정을 거쳐 안동일은 동상의 ‘고정성’이 아닌 맥락과 환경의 ‘복합적 내러티브’를 획득하게 된다.
<installation view>라는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상징물을 취급하는 공간은 그것이 놓여진 맥락과 장소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새롭게 구성되는 것이다. 이는 단지 미술관과 갤러리라는 장소에서만 통용되지 않는다. 안동일은 이러한 상징물의 맥락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쉽게 규정하고 속단하는 인간의 본질적인 욕망에 대한 고찰 역시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안동일 작업이 지니는 의의는 사진적 행위에 있다. 즉 그가 바라보는 대상을 어떠한 시도를 통해 담고자 했는지를 종합적으로 사유해야한다는 것이다. 결과물로서 사진이 아닌 사진을 존재하는 상황과 맥락을 모두 고려해야 우리는 안동일 작업에 도달할 수 있다.
글 하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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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혜린, <신진 작가 큐레이션: 안동일, 불나방, 2015.>, 교수신문, 2020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