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호  SEOKHO KANG

Untitled

13 - 31 May 2020

Eulji-ro

오늘을 살아가는 ‘경우의 수’


강석호의 큐브 퍼즐을 소재로 한 작업을 설명하기 전에 한 면이 3X3인 육면체로 이루어진 큐브 퍼즐(정확한 명칭은 ‘루빅스 큐브[Rubik's Cube]’이다)에 대해 알아보자.

루빅스 큐브(Rubik's Cube)는 퍼즐의 일종으로, 보통 작은 여러 개의 정육면체가 모여 만들어진 하나의 큰 정육면체 형태이며, 각 방향으로 돌아가게끔 만들어져서 흩어진 각 면의 색깔을 같은 색깔로 맞추는 것이다. 큐브 퍼즐은 1974년 헝가리의 루비크 에르뇌(Ernő Rubik, 1944~ )가 ‘마술 큐브(Magic cube)’라는 이름으로 발명하고, 1980년 루빅스 큐브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판되었다. 1970년대 중반, 헝가리의 루비크 에르뇌(Ernő Rubik)는 부다페스트의 모호이너지(Moholy-Nagy) 예술대학의 건축과교수로 일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큐브의 발명은 루비크 에르뇌 교수가 학생들에게 3차원 물체를 이해시키기 위한 학습 도구로써 발명되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의 진짜 목적은 전체적인 메카니즘과 형태가 붕괴되지 않고 각 부분이 독립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발명품이 '퍼즐'이라는 것을 자신의 발명품을 처음 섞고 다시 맞추려고 하다가 알아냈다고 한다. 그의 "마술 큐브"는 1975년에 헝가리 특허 HU170062를 획득했다. 루빅스 큐브는 원래 헝가리에서 마술 큐브(Bűvös kocka)라고 불렸다. 그의 큐브는 당시의 특허법 때문에 국제특허를 획득할 수 없었다. 결국 자신의 발명품을 위한 트레이드마크를 원했고, 마술 큐브는 1980년에 발명자의 이름을 따서 루빅스 큐브(Rubik's Cube)라고 이름이 바뀌었다.


경우의 수

가끔 TV에 나오는 복권당첨 뉴스에서 엄청난 단위의 확률을 들어 보지만 루빅스 퍼즐을 섞는 확률은 상상을 초월한다. 8!×37×(12!/2)×211 = 43,252,003,274,489,856,000. (이를 단위로 환산하여 읽으면 ‘사천삼백이십오경 이천삼조 이천칠백사십사억 팔천구백팔십오만육천번‘이 된다. 이는 약 43×1018이다.) 일반적인 3×3×3 루빅스 큐브 퍼즐은 8개의 꼭짓점 조각과 12개의 모서리 조각을 가지고 있다. 루빅스 큐브에서 중앙 조각은 위치가 축에 고정되어 있고, 면이 한 개뿐이라 어떤 방향성을 가지던지 큐브를 맞추는 것과는 상관없이 뒤섞을 수 있는 경우의 수이다. 루빅스 큐브는 때때로 "몇 십억 개의 경우의 수를 가진다"라고 광고되는데 이는 더 큰 수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익히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루빅스 큐브의 경우의 수는 모든 경우의 수만큼 루빅스 큐브가 존재한다고 가정했을 때 지구의 표면을 275번 덮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수이다. 위에 제시된 숫자는 루빅스 큐브를 회전을 통해서 섞을 수 있는 경우의 수만을 계산한 것이다. 만약 큐브를 무작위로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과정을 통하여서도 섞을 수 있다면 경우의 수는 12배나 증가한다. 8!×38×2!×212 = 519,024,039,293,878,270,000. (이를 다시 환산하여 읽어보면 ‘오해 일천구백이경 사천삼십구조 이천구백삼십팔억 칠천팔백이십칠만번’이라는 경우의 수가 된다. 결국 큐브 해체를 통해서 섞는다면 약 519×1018가지의 방법이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이 중에 큐브를 회전만을 통하여 다시 맞출 수 있는 경우는 전체의 1/12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어떤 회전을 통하여도 단 두 개의 조각만 서로 바꾸거나 한 개의 꼭짓점 또는 모서리 조각만을 독립적으로 회전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큐브는 12개의 다른 조각 배열을 가지게 되며 이러한 조각 배열의 집합을 "군"이라고 부른다.


복권당첨과 그림이 팔릴 경우의 수

어쩌다 손에 잡히는 육면체의 큐브 퍼즐을 번번이 맞추다가 이내 그만두게 된다. 아무튼 때마다 육면의 퍼즐을 모두 맞춘 기억이 없으며, 가끔 한 두 면을 맞추고는 금방 손에서 놓아 버렸다. 복권 당첨에서 엄청난 단위의 확률을 들어 보지만 앞서 설명한 경우의 수를 알았다면 결코 맞출 엄두도 내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퍼즐을 맞추면 스스로의 만족감일 뿐이고 별다른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나마 이제는 자투리 시간을 핸드폰 액정에 고정하며 지낸다. 표정 없는 무심한 대상들과 무채색의 감정들을 화면에 담아내는 강석호에게 단순하고 명료함을 의미하는 소재인 큐브 퍼즐 연작이지만 그렇다고 지난하게 그려 온 그림들과 별다르지 않다. 그렇게 표정 없는 퍼즐 조각이지만 매번 큐브를 돌릴 때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퍼즐 면들의 구성은 똑같은 화폭을 항상 같은 듯 새롭게 그려내는 작업들과 닮아있다. 뒤섞인 큐브 퍼즐처럼 모두 다른 육면체이지만 우리는 모두 같은 화면을 보듯 무심하게 그림을 바라본다. 강석호의 그림들은 비슷한 구성과 색감으로 감정을 다듬어가며 덧 바른 건조한 붓질의 화면들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건조하게 메마른 화면에서 무표정한 얼굴에 담긴 촉촉한 눈망울이 투영된다. 수많은 시간과 감정들이 별다른 차이를 못 느끼도록 항상 같은 장면들처럼 담아내는 무던한 태도는 그의 서사가 되어 있다. 어쩌면 퍼즐의 화면은 진실된 시간의 명료한 진술을 기록하는 과정일 것이다. 그러나 때마다 다른 이유와 사건들은 명쾌한 하나의 화면을 완성할 수 없게 하는 변명과도 같은 복잡한 현실을 보여준다. 큐브 퍼즐처럼 차근차근 한 면씩 맞춘다면 전체의 화면은 영원히 맞출 수 없는 아이러니한 구조이다. 오히려 엉키고 설키는 혼란스런 화면들이 중첩될 때, 한순간 육면의 퍼즐이 맞춰지는 기묘한 구조이다. 그의 그림은 결국 하나의 화면에만 몰입하여 완성할 수 없는 단순하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은 복잡한 현실에 대한 기록이다. 간혹 그림이 팔려 금전적인 가치가 되기도 하겠지만 어쩌면 복권을 사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세상이다. 그림 속 뒤죽박죽 엉켜버린 퍼즐의 화면들은 새로운 세상을 맞추기 위한 또 다른 경우의 수 이다. 항상 다른 숫자의 조합들로 복권이 당첨되지만 내가 샀던 것과 같은 번호가 당첨되는 기묘한 착각처럼, 같은 듯 보이나 모두 다른 강석호의 큐브퍼즐 그림을 복권번호 맞추듯 유심히 보게 된다. 아주 가끔 그림들을 보며, 기분이 묘할 때 복권을 사러가는 오늘을 살아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의 해법

루빅스 큐브를 섞을 수 있는 방법은 매우 많지만 어떤 경우에도 큐브를 100회전 이내로 맞출 수 있는 해법들은 매우 다양하고, 많은 일반적 해법들이 각각 독립적으로 발견되었다. 큐브 맞추는 방법 중 가장 처음에 보편화된 방법이자 표준 해법은 데이빗 싱마스터(David Singmaster)가 발견하였고 그가 1981년에 쓴 책 "루빅스 매직 큐브"에 대한 노트(Notes on Rubik's "Magic Cube")에 소개되어 있다. 이 해법은 LBL(Layer By Layer) 방식으로 되어있다. 즉, '윗층'으로 설정된 한 층부터 시작해서 '아래층'까지 차례로 맞추어나가는 방식이다. 연습을 하면 누구나 이 해법으로 큐브를 1분 안에 맞출 수 있다. 루빅스 큐브의 다른 일반적 해법으로는 꼭짓점 조각부터 맞추는 corners first 방식이나 블럭 빌딩 방식 등이 있다. 1982년에 데이빗 싱마스터(David Singmaster)와 알렉산더 프레이(Alexander Frey)가 큐브를 맞추기 위한 최소 회전수를 20대 초반일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2007년에는 컴퓨터를 이용하여 큐브를 어떻게 섞든지 26회전 이내에 맞출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2008년에는 토마스 로키키(Tomas Rokicki)가 22회전 내에 큐브를 맞출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2010년 여름에 구글과 한 팀의 학자들이 "신의 해법"또는 "신의 알고리즘"이라고도 불리는 루빅스 큐브의 최선의 해법은 20회전이라는 것을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