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호, 양아영  SEOKHO KANG, AHYOUNG YANG

말 없는 삶  still life

 11 - 27 Dec. 2020

Mullae

무채색의 무미건조한 삶을 마주했다. 그 삶은 매일 같은 행위를 반복하며 각자의 시간 안에서 각자의 속도로 흘러간다. 매일 같은 행위를 반복하며 틀 안에서 살아가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가만히 멈춰있는 듯한 그의 삶은 조용하고 선명하게 다가온다.

 

잊혀지는 것이 두렵지만 떠난 그들. 그들의 상실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상실을 마주한 한 사람. 그리움을 마무리 짓는 이들을 쫓으며 묵묵히 의미를 묶어가는 그는 다른 사람의 삶 속에서 망각되어져 가는 존재의 흩어져있는 조각을 수집한다. 긴 호흡으로 텅 빈 듯한 삶의 공백을 떠난 자들의 자취로 메꿔가는 그. 그가 메꿔가는 것은 떠난 자들의 빈 자리일까, 외로움의 한 켠일까. 그 연약한 경계에 기대어 나름의 연장선을 이어간다. 그 연장선에서, 희미했던 삶은 점차 분명해지며 그들의 삶과 직면하게 된다.

 

소중한 것의 상실은 깊은 찰나의 무거움을 지닌다. 어떠한 대상의 상실이 온전하게 채워질 수 없겠지만, 일렁이는 빈자리는 어느새 자리를 되찾고 잠잠해진다. 간혹 잠잠함을 비집고 나오는 움찔거림은 이내 담담해져, 조금의 여운만을 남긴다. 또 다른 상실을 낳지 않기 위한 절박함은 계속해서 주위를 맴돈다. 상실의 끝에서 마주한 공백. 그리운 자리를 매 만지는 호흡은 일련의 소화 과정을 거쳐 불현듯 나타난다. 조용히 멈춰 있는 듯 하지만, 장면은 겹겹이 쌓여 불안정하고도 단단한 모습을 자아낸다. 단단한 모습이지만 위태해보이는 장면들은 각자의 밀도에 따라 무너지기도, 더 높이 올라가기도, 사라지기도 한다. 사라진다는 건 잊혀지는 것일까. 어쩌면 다른 무언가에 대체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공백을 메꿔가는 것은 어떤 것을 의미할까. 부재하되 존재하는 것. 점차 커지고 나를 덮어가는 것. 공백을 채우기 위한 여러 조각들은 모여 뭉친다. 뭉친 조각은 공백이 있었던 흔적이다. 밀도 있게 축적된 공백들은 하나의 화면으로 어우러진다. 아슬아슬 하지만 안정적인 형태의 화면. 여운을 잠 재우는 듯 계속해서 덧대어 진 질감은 이내 차분해진다.

 

그들이 쓴 화면을 바라본다. 그들은 어떠한 태도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나의 존재의 흔적은 남아있는지 계속해서 확인하며 마주한 화면은 왠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글. 한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