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NGSAN

김채영 개인전

《더러 운 적도 있다》

2025. 10. 14 - 11. 1.


목적 없이 존재하는 것, 무용성과 유용성의 경계에 놓인 것들. 우리는 그 틈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지나치는가. 김채영은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더 이상 보지 않게 된 존재, 혹은 혐오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대상을 비둘기를 통해 드러낸다.


《더러 운 적도 있다》는 도시 환경 속에서 주변적 존재로 취급되어 온 집비둘기를 관찰하고 기록한 전시이다. 작가는 콘크리트 구조물, 주차장 바닥, 공공시설물 등 인간의 동선과 겹치는 장소에서 살아가는 비둘기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그 형상을 장지와 재생지 위에 과슈로 묘사한다. 여기에 종이죽으로 만든 비둘기 형태의 작은 오브제를 함께 배치하여, 도시 공간에서 생명이 점유하는 방식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비둘기는 오랫동안 상징과 혐오 사이를 오가며 인간의 시선 아래에 존재해 왔다. 평화의 상징이자 전서구였으며, 한때는 식량이었고, 현재는 유해 동물로 분류되기도 한다. 이러한 극단적인 인식의 변화는 대상의 본질보다는, 사회적 맥락과 인간의 감정이 특정 대상에 부여하는 가치가 얼마나 유동적인지를 보여준다. 작가는 이 지점에 주목하여, 하나의 존재를 향한 시선이 상황에 따라 얼마나 쉽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드러낸다.

전시는 비둘기를 미화하거나 고발하지 않는다. 대신 걸음, 정지, 시선과 같은 사소한 움직임만을 남겨 두며 관객이 스스로 거리감을 조절할 수 있도록 여백을 둔다. 집비둘기는 야생종인 바위비둘기가 길들여졌다가 다시 방생되며 야생화된 존재이다. 우리는 그 존재를 혐오와 두려움의 대상으로 인식하면서도 동시에 안정적이고 익숙한 대상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것이 언제든 전복될 수 있는 가능성을 인식하게 된다.


《더러 운 적도 있다》는 도시를 오로지 인간의 공간으로 규정해 온 시선을 잠시 멈추게 한다. 비둘기를 넘어, 특정 존재에 대한 우리의 시선이 시대, 장소,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다른 모든 것으로 확대된다. 전시는 ‘어떤 존재가 여기에 있어도 되는가’라는 질문을 남기며,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 내면의 혐오와 두려움의 대상과 그것을 대하는 태도를 돌아보게 한다.



글 심선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