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일  DONGIL AN

오발탄  Aimless-bullet

October 7 - November 1, 2020

Eulji-ro

안동일 작가가 풍경을 처음 마주한 것은 낯선 도시로 이주한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2012년 대구에서 서울로 이주한 작가는 낯선 장소 속 익숙한 존재인 대형할인마트 '홈플러스'를 발견한다. 작가는 대구 9개, 서울 19개의 지점의 눈이 되어 홈플러스가 바라보는 풍경을 담는다. 그 풍경은 개인의 낭만적 시선을 제거한 눈으로 객관적인 풍경이 되어 구분되지 않는 도시의 풍경을 제공해줌으로써 하나의 익숙한 풍경으로 다가온다. 낯섬 속 익숙함을 찾아헤매는 작가의 기록은 자연스럽게 작가의 삶을 따라가고 그 변화의 기록은 작가의 서사가 된다.


안동일 작가는 풍경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한다. 그 "풍경"은 산이나 들, 강, 바다 따위의 자연의 모습이 아닌 어떠한 정경이나 상황이다. 작가의 풍경변화의 서사는 크게 주거지 이동, 결혼, 그리고 가정으로 변화하는 풍경이다. 이러한 변화 속 달라지는 주변 풍경들은 처음 마주하는 낯선 풍경 같으면서도 익숙하다. 아내의 주방풍경을 구성하는 소품들은 레트로 열풍으로 다시 유행이 되고 있는 익숙한 소품들이며, 아이와 함께 방문한 서울어린이대공원에 세워져 있는 약 30개의 기념비들에는 익숙한 이름과 당시의 교육이념이 새겨진 상태로 공원 곳곳에 존재한다. 낡은 것들의 이데올로기는 사라지지 않는 흔적이지만 그 세대를 살지 않은 이들에게는 그저 내용물 없는 껍데기 일 뿐이다.


카메라에서 “구도”선정은 피사체를 담는 중요한 과정이며 작가는 필요한 구도를 활용해 보는이로 하여금 지정된 피사체를 바라보도록 지시한다. 안동일 작가는 구도를 활용하여 낮아진 기념비의 위상을 표현하고자한다. Installation-view는 전시 공간 촬영을 의미하는 용어로 설치된 작품이 아닌 그 공간의 의도를 보여준다. Installation-view의 방법으로 기념비는 피사체가 아닌 어린이대공원 속 하나의 “풍경”이 되고 익숙한 공원의 풍경은 의미가 사라지고 형태만 남은 기념비들의 상황이다.


전시 제목인 <오발탄>의 사전적 의미는 ‘잘못 쏜 탄환’이다. 어린이대공원으로 잘못 쏘아진 탄환과 같은 기념비들은 불필요하고, 뜬금없는 존재들로 작가에게 제거하고자 하는 대상이다. 이범선 소설원작으로 1961년에 개봉한 리얼리즘 영화 <오발탄>의 제목이기도 한 전시제목은 아내의 레트로한 주방소품, 그리고 1973년에 세워진 어린이대공원에 관심을 둔 작가의 서사에 연결된다. 영화 <오발탄>의 감독인 유현목은 이렇게 회상했다. “충무로 일대에서는 영화를 관람한 후 집에 들어가지 않고 삼삼오오 다방으로 모여 영화에 대해 밤늦도록 이야기하며 서성거리는 20~30대 가장들이 많았다. 자신의 이야기가 영화에 나와서 도저히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한 가족 구성원들을 통해 전쟁이 남긴 상처와 전후의 궁핍한 사회상을 그려내 당시에 철처한 리얼리즘으로 칭송받은 영화였지만 지금 세대들에겐 하나의 고전 영화일뿐이다. <오발탄>에 남겨진 이데올리기의 흔적은 마치 서울어린이대공원 기념비들의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