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ljiro
권봉균 solo exhibition
《Phantom Skin》
2025. 6. 13. - 7. 5.
피부 색소는 화석화되지 않기 때문에 고대 생물의 피부색을 결정하는 것은 고생물학자들에게 어려운 과제이다. 피부색을 결정하기 위해 그동안 비교 해부학의 연구가 있었다. 과학자들은 현생 동물에서 발견되는 유사한 기능을 바탕으로 공룡의 해부학적 특징을 분석했다. 그 결과 위장이나 신호 전달과 같은 특정 기능과 연관될 가능성을 두고 공룡의 잠재적인 색상에 대한 과학적 추측을 해왔다.
2014년, 고대 해양 파충류의 피부색을 복원할 수 있는 단서를 찾았다. 잘 보존된 화석에서 멜라노솜(melanosome)-색소를 저장하는 세포소기관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스웨덴 룬드 대학교의 고생물학자 요한 린드그렌(Johan Lindgren) 연구팀은 이 멜라노솜의 크기와 밀도, 구조를 분석한 뒤 현생 장수거북(Chelonia mydas)의 진피와 비교했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약 8천5백만 년 전의 해양 파충류 모사사우르스(Mosasaur)와 1억 9천만 년 전의 어룡(Ichthyosaur)이 전신에 검은색 피부를 지녔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검은 피부는 단순한 색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었다. 열을 빠르게 흡수해 체온을 유지하고 자외선을 차단하며, 해양 포식자의 눈을 속일 수 있는 보호색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추론은 결국 현생 생물 구조와의 유사성에 기대는 간접적인 유추이다. 이 연구 사례를 제외한 대다수의 고대 생물의 피부색을 유추하는데 현재 많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실제 박물관에 전시된 고생물 복원 이미지는 과학자와 예술가가 합심해서 만든 상상에 의한 창작물이다. 그 복원은 실재의 소환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허용된 상상이다.
과학자들은 멜라노솜의 구조나 배치를 근거로 색을 유추하지만, 그 사이에는 언제나 미지가 존재한다. 예술가는 바로 그 미지의 틈을 감지하고, 불완전한 정보를 감각적인 이미지로 변환시킨다. 기억이나 경험이 없는 실체를 다뤄야 하는데, 이때 예술가는 우리가 본 적 없는 것에 접근하는 방법을 질문하고, 그 접근 자체를 실험한다. 즉, 이 피부는 누구도 본 적 없는 표면이며 그 복원은 그럴듯한 조립, 정량화된 상상력의 산물이다.
박물관은 이러한 복원된 피부를 모형으로 재현한다. 한때 존재했지만, 그 어떤 인간의 눈에도 포착되지 않았던 고대의 생물이 생생한 살결과 근육의 형태로 눈앞에 놓인다. 그 재현은 추정을 축적해 만든 사실과 허구의 결합이다. 박물관은 과거의 진실, 즉 역사를 보여주는 공간이지만, 동시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을 가시화한다는 모순을 전제한다.
이 전시는 그 믿음의 표면 ‘피부(skin)’ 에 주목한다. 권봉균은 특정한 생물을 그리지 않고, 사건을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어디까지가 보이고 어디서부터 인지하지 못하는지, 무엇이 ‘리얼’이라고 간주하는지를 시각적 사각지대를 통해 질문한다. 빛에 닿을 때만 반사되는 거미줄, 풍경에 완전히 잠식된 채로 남은 곤충의 사체는 인지의 가장자리에서 머물고 있다. 그는 ‘피부’를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피부가 보이지 않는 조건들을 재현한다. 그것은 고대 생물의 표면처럼 누구도 본 적 없지만 실제로 존재했던 (혹은 존재하는) 것들이다.
그는 리얼이 언제나 감각의 바깥에 있다는 전제 아래, 감각의 경계에 걸친 현실의 파편들을 더듬는다. 그의 회화는 ‘보이는 것’과 ‘존재하는 것’ 사이의 틈을 따라가며 리얼이 붕괴되는 지점을 추적한다. 《Phantom Skin》은 감지되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들로 이루어진 리얼이라는 믿음을 감싸고 있는 얇은 외피이다. 피부는 끝내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흔적은 여전히 남아 회화의 어딘가에 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