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JIK
스마트폴리 Group Exhibition
《스마트폴리: 낯설음의 깊이》
26. June - 7.July 2024
이번 전시는 스마트폴리 연구팀이 지난 3년간 진행해 온 미디어 플랫폼으로써의 스마트폴리 연구를 바탕으로 기존의 DMZ 공간이 가지는 한계를 벗어나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으로 탈바꿈하려는 시도들을 담아내었다. ‘폴리(Folie)’는 불어로 광기, 비이성, 무절제와 작은 별장 등 다양한 뜻을 지닌 단어로, 건축가 베르나르 추미(Bernard Tschumi)가 도시 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프랑스 라빌레트 공원을 설계할 때 공원의 구조물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하였다. 이번 전시는 다양한 역할과 의미를 가지는 폴리 개념을 차용하여 빈틈을 굳이 채우려 하지 않고 허용하면서 동시에 언제든지 다양하게 생성되는 의미들로 채워질 수 있는 유동적 공간을 열어둔다. 이러한 개방적 공간이자 혼성적인 제3의 공간을 다루는 다양한 작가들의 작업은 우리가 미처 몰랐던 현시대의 혼종적이고 복잡한 사회와 문화적 현상들을 마주할 때 서로의 간극을 부정하기보다는 오히려 그 경계선을 또렷하게 인식하게 하여 낯설지만 깊이 있는, 새로운 감각하기를 유도한다.
전시 참여 작가들의 작업은 경계를 넘나드는 전환적 지점을 다루는 가상성, 혼종성과 비결정성과 같은 세 가지 파트로 나뉜다. 먼저 물리적 공간에서 가상적 공간으로 변환되는 지점을 다루는 작업은 선적인 경계를 물질적인(material) 상황으로 제시하거나 점차 현실이 가상의 경계를 넘어 진실된 감정과 지각이란 무엇인지 탐구하기도 하며, 투영(projection)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대상이나 공간을 관찰하고 그것을 새롭게 시각화한다. 또한 물리적 공간에서 아카이빙한 이미지의 일부를 포토샵 프로그램을 통해 추출하여 작품으로 풀어내기도 하고 사방의 공간을 담아내는 사각형 큐브를 통해 때로는 경계면에서 보여지지 않는 공간들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고 때로는 전형적인 모습을 담아내 그 장소를 다채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종과 신체를 넘나드는 경계를 다루는 작업은 신체의 해체, 변형 혹은 다른 종과의 결합을 통해 혼종적 형태를 제시하기도 하는가 하면, 외부는 단단하지만 내부는 부드럽고 말랑한 물질들의 대비를 통해 촉각적인 유희와 더불어 이중적인 특성을 혼재하여 작업으로 드러낸다.
재료나 역할을 한정 짓지 않고 언제든지 부여받을 수 있는 다능성과 비결정성을 제시하는 작업은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버려질 것으로 여기는 것들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여 작품의 재료로 재탄생시키고 일상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여분의, 즉 빈 공간의 일시적이고 가변적인 상태에 주목하여 작업한다. 이로써 우리는 주변의 모든 상태나 현상들을 절대적으로 구분 짓지 않고 끊임없이 변이과정을 겪는 관계와 과정에 주목하여 사유할 수 있게 된다.
다양한 의미가 차오르고 수그러드는 열린 공간으로써의 폴리 개념을 구현한 이번 전시는 현대의 복잡하고 혼종적인 사회의 단면을 유연하게 풀어내고자 부단히 시도하며 우리가 일상에서 낯선 것을 맞닥뜨릴 때 편견을 지닌 채 그 단면만을 부각하여 경계 짓는 찰나의 가벼움에 휩싸이기보다는 차이에서 오는 낯설음을 거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찬찬히 바라보고 음미하면서 유동적인 틈을 가로지르는 깊이감을 느껴보길 바란다.
글. 류다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