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LJI-RO
김한용 · 김대수 Exhibition
《꿈의 공장》
26. April - 1. June 2024
과거의 건축물, 교통수단, 유명인, 패션 스타일 등 공동의 기억을 담은 김한용과 김대수의 사진은 종종 개인의 사적인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동시에 이들의 작업은 그저 어떤 한 사람의 기록일 뿐이면서도 한국 대중문화의 흐름을 기록한 사료이다. 이처럼 두 작가의 사진은 과거, 현재, 미래로 거칠게 구분된 시간, 그리고 개인과 공동의 기억을 유려하게 넘나든다.
김대수의 사진에는 김한용, 양세천, 김창열, 박서보, 백남준, 서세옥, 조성묵, 한경직, 황창배까지 그의 부모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가와 종교인이 담겨 있다. 각각 피아노, 캔버스, 책, 조각품 등을 배경으로 한 초상 사진에서 우리는 그들의 작업 환경을 엿볼 수 있다. 김대수의 카메라에 담긴 이들은 작업실처럼 편안한 공간, 혹은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곳에서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초상사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옷차림과 자세 등으로 유추할 수 있는 그들의 직업 및 지위이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겉모습 뒤에 숨겨진 대상의 내면 또한 읽어낼 수 있다. 이처럼 현상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선 사진은 예술의 영역에서 해석된다. 필연적으로 찍는 행위와 찍히는 행위를 수반하는 사진에는 모델 자신의 가치관 및 그를 둘러싼 서사와 사진가가 생각하는 모델의 이미지가 함께 담긴다. 김대수의 작업을 통해 한 인물의 다층적인 페르소나를 살필 수 있는 셈이다.
한편 1950-60년대 영화 촬영 현장을 담은 김한용의 사진에서는 영화사의 관점에서 촬영 장비와 기법을 확인할 수 있으며, 문화사의 관점에서는 과거 서울의 풍경과 풍속을 읽어낼 수 있다. 이러한 그의 작업은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한다. 김한용의 사진은 개인의 기록을 공동의 것으로 확장함으로써 아카이브의 문화적 가치를 보여준다.
본래 사진은 과거를 담는 도구이다. 그러나 이 사진이 만약 영화 스틸 컷 혹은 포스터 이미지라면 우리가 알던 시간 개념은 뒤집힌다. 김한용이 작업할 당시 스틸 컷은 관객의 기대를 불러 모으는 트레일러 역할을 했다. 촬영 현장을 담은 사진을 통해 영화에 대한 관객의 궁금증을 극대화한 것이다. 이때 관객의 입장에서 스틸 컷은 과거의 한순간을 담았음에도 미래를 떠올리는 사진이 된다.
렌즈에 어떤 대상을 담는다는 것은 그의 존재를 드러낸다는 의미일 테다. 사진은 눈으로 볼 수 없는 본질까지 그 대상의 모든 면을 끌어다 순간에 정지시킨다. 우리는 자신의 존재를 형형하게 뽐내고 있는 그들과 마주한다. 기억을 환기하는 매체로 작동하는 김한용과 김대수의 사진을 보며 이미 떠나버린 이들을 다시 한번 소환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