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LJI-RO
추영진 Solo Exhibition
<Mattress>
13. Jun 2023 - 25. Jun 2023
“Hello, World!”
추영진의 작업은 일상적 에피소드에서 시작된다. 이전 개인전에서 그는 의도적으로 조각난 언어와 이미지가 개인에게 받아들여지는 과정에 대한 질문을 통해 이미지와 언어의 견고한 조합이라는 환상의 필패를 나타냈다. 본 개인전, <Mattress>는 입력과 출력이 동일하지 않은 일상을 전제로 삼는다. 타지에서 전송된 프로모션 이메일은 정성 어린 안부를 묻는 편지로 변모되고, 여러 번의 다이빙을 하는 남성의 영상은 저화질의 사진으로 박제된다. 또한,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취한 남성의 사진은 맥락과 분리되어 의미를 읽을 수 없다. 이들은 섞이고 분해되며 “모두가 중요하거나 중요하지 않은” 상태를 만들고, 일상과의 헐거운 연결고리를 흔적과 같이 남겨둔다.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은 「번역가의 과제」에서 원본과 번역의 위계적 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을 지적해 기존의 통념을 깨트린다. 그는 원문(original text)도 본래적 의미의 기원(origin)이 아님을 주장하며, “서로를 보완하는 의도들의 총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즉, 벤야민의 번역은 제3의 창조에 가까운 행위이다. 이와 같이 작가의 작업에서 무엇이 픽션인지 탐구하는 것은 중요치 않다. 실제와 꾸며낸 이야기 의 경계 속 산만한 상태는 보통의 우리 그 자체를 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사소한 운명들은 매일같이 우리에게 다시 써진다. 전시장 2층의 부스럭거리는 소리는 나른한 늦잠 혹은 에로틱한 시간을 상기시키듯이 말이다. 의도치 않은 곳곳에서 늘 번역은 일어난다. 너와 나는 번역되지 않고는 맞닿을 수 없는 존재다. 누군가의 눈동자가 거울보다 선명할 때도 있지 않은가?
추영진은 아무것도 열 수 없지만, 무엇이든 열 수 있는 열쇠의 유희성에 집중한다. 작품 속 서사는 서로를 껴안고, 집어삼키며 하루를 충실히 번역하려 한다. 수많은 링크의 파도를 타며 무엇을 출력할 것인지 생각해보자. 이동과 움직임의 아슬아슬함은 일직선의 도착보다 정확하다.
황혜주 (미술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