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NGSAN
강유정 정경빈 정수진 Group Exhibition
< Twinkle 반짝 >
11. Apr - 30. Apr 2023
별은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이다. 지상에서 보는 별은 반짝거리는데, 사실 공기가 없는 우주공간으로 나가서 본다면 별은 마치 종이에 바늘구멍을 낸 것같이 밝은 하나의 점으로만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며 밤하늘의 천체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밤하늘에서 볼 수 있는 밝은 별들 여러 개를 몇 개씩 묶어서 별자리를 만들었고, 서로 문화적인 교류가 없었다고 생각되는 고대의 여러 문화권의 역사에서 제각각의 독특한 별자리에 관한 신화와 전설들이 발견된다. <Twinkle Twinkle Little Star> 노래의 “how I wonder what your are!” 가사처럼 현대과학과 더불어 밝혀진 별의 사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별을 이상적인 매개체로 바라본다.
상업화랑 용산은 2023년 4월 11일부터 4월 30일까지 강유정, 정경빈, 정수진 작가의 3인전 <Twinkle 반짝>을 개최한다. ‘반짝’은 작은 빛이 잇따라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질 때를 표현하는 단어로 여름철 밤하늘은 또렷하고 진한 은하수로 반짝이는 별들이 많이 보이는 시기이다. 밤하늘 천장 꼭대기에서 밝게 빛나고 있는 별이 하나 눈에 띈다. 이 별이 우리나라 설화에 등장하는 직녀성이자 거문고자리이다. 직녀성 주변에 비슷한 밝은 별이 두 개(견우성, 데네브)가 있을 텐데 이 별들을 서로 이으면 ‘여름의 대삼각형’이 된다. 세 명의 참여작가인 강유정, 정경빈, 정수진은 여름밤 반짝이는 세 개의 별들로 그들의 작업은 하얀 벽을 수놓는다. 땅에서 바라보는 반짝 빛나는 별이, 물리적으로 우주의 먼지에 불과한 것처럼, 재현으로부터 벗어나 진동하는 빛의 다양함을 포착하여 특유의 감수성으로 환상을 탐구하는 세 작가의 자유로운 사유를 공유하고자 한다.
강유정은 하늘의 별, 지상의 윤슬과 같이 서로 다른 대상을 겹쳐보며 닮은 점을 발견한다. 그는 허공의 점을 연결하여 이미지를 그려 넣는 별자리의 조형 방식에서 그림 그리기의 방법론을 떠올린다. 하늘에서 지상으로 별자리의 터전을 옮김으로써, 별자리에 사적 기억과 경험을 부여하고, 하얗고 둥글며, 투명하고 반짝이는 것들로 자신만의 별자리를 새기며 밤의 서사를 이어간다.
정경빈의 <하얀벽> 연작은 작가가 2019년부터 진행해온 연구이다. 누구나 트라우마를 갖고 있으며,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억압된 감각을 ‘벽’이라는 소재로 전달한다. 하지만 고통을 재현하기보다 일렁이는 빛의 결, 털과 같은 선의 흔들림, 환상의 이미지들로 하얀 캔버스를 채워 트라우마의 기억을 전환한다. 작가는 추상된(abstracted) 화면에 재현보다는 각자의 ‘환영(illusion)’을 이미지로 전환한다.
정수진은 밤하늘의 별들을 한데 모아놓은 것처럼 반짝한 빛들로 벽을 장식한다. 다채로운 색상의 화면을 은하수처럼 덮고 있는 눈 부신 빛들은 화려하게 존재하다가 소비되어 사라져 버리는 대상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그려낸 빛들이다. 쉽게 생산되고, 소비되는 사회에서 먼지가 되어 사라져 버린 것들을 모아 응축한다. 응축된 먼지들은 세심한 손길에 의해 반짝이는 것으로 세상에 다시 존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