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희 Solo exhibition

<비어있는 방>

28. June - 24. July 2022



이것은 마음의 빈 공간에 대한 이야기다. 유년기의 결핍으로 늘 누군가의 사랑, 인정, 따뜻함으로 시린 마음을 계속 채우고만 싶었다. 아이를 키우며 그저 나로서 사랑받을 수 있음을 알았고 그렇게 충만해진 마음에는 다른 빈 공간이 생겼다. 그것은 평온함 속에 사심 없이 무언가를 보고 담는 공간이기도 했고 가족으로도 채우지 못하는 온전한 내 몫의 공간이기도 했다.

 그 빈 공간에 들어와 머물렀다 흘러나간 조각들이 나의 그림이다. 무엇을 말하고자 시작한 그림은 아니었기에 빈 공간으로 들어온 그림들은 각자 떠도는 것 같다. 그 이미지들은 맥락 없이 각각의 순간을 보여준다. 우리의 수많은 순간들 중 어떤 것은 이야기가 되고 어떤 것은 부유한다. 부유하던 순간들도 때가 되어 맞는 조각을 만나면 다시 이야기가 된다.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를 부르고, 이미지가 다른 이미지를 부른다.


 그림을 그리는 건 내가 현재를 사는 방법이다. 나에게 있어 삶을 버티게 하는 것은 작고 희미한 아름다움, 흐르는 시간 속 간간이 맞이하는 빈틈 같은 것이다. 매일 그림을 그리며 흘렀던 시간을 기억한다. 그날 나의 시야에 머문 단편적인 이미지들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지만 명확한 답을 얻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순간들을 기억하고 그림으로 담아두는 일이 나를 온전하게 한다. 

 이미지들은 모두 마음에 머물렀던 것이기에 나와 닮은 면이 있다. 살아오며 경험한 것들의 흔적이자 누군가의 딸, 아내, 엄마였기에 볼 수 있던 것들. 그림으로 남길 수 있어 좋았던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안아주었던 가족이 있었기에 그릴 수 있는 그림이었다. 내가 무엇이 되던, 어떤 사람이든 아이들에게는 그저 유일한 엄마이다. 그림들 역시 어떤 수식을 붙이지 않아도 유일무이하고 온전한 것이다. 만들지 않아도 아이는 아이의 모습대로 크듯이 그림들도 스스로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