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눈 Solo exhibition

Time dilation 시간 지연

12 - 26. Jan.  2022 

<Time dilation 시간 지연>

 

: 시간 지연(time dilation)은 두 사건 사이의 시간 간격이 관찰자의 운동 그리고 받는 중력에 따라 다르게 측정되는 현상이나 또는 그 차이 값을 말한다. 시간 팽창으로도 번역된다.



시간이 늘어진 것 같은 순간이 있다. 항상 같은 자리에 놓여있는 물병을 볼 때, 별 모양 방향제가 미세하게 지난번보다 얇아진 것 같을 때. 꿈에서 봤던 걸까 아니면 어릴 때부터 봤던 걸까 하는 혼미한 도돌이표를 경험하다 보면,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불안감이 찾아온다. 여기, 내가 기거하고 있는 지금이 깨지 않는 악몽일까, 아니면 정말 현실일까?


나는 그런 기시감이 드는 사물을 지켜본다. 며칠이 지나고 다시 지켜본다. 사물들은 비슷하게, 혹은 똑같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내 시간은 흘렀다고들 하지만 이곳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이곳에 갇힌 걸지도 모른다. 고립된 감각은 숨에서 세포까지 녹아든다. 무력감은 두꺼운 겨울이불 같아서 짓누르는 힘을 이겨내기란 꽤나 어렵다.


꿈에 완전히 젖어버려 허공에 떠도는 먼지만 쳐다보는 날도 있었다. 안온한 날은 내가 문제 삼지 않으면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쁘지 않은 날에는 시간도 잘 흘러갔다. 다만 동시에 잠을 잘 수 없었다. 잠이 들면 내일 역시 같은 하루를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불면의 날들에는 나보다 사물들이 더 큰 존재감을 가진 것 같았다. 말린 꽃은 세상의 죽음을 다 흡수해 보였고, 내 손은 희미했다.


물체들이 내게 존재감을 과시하는 걸 점점 견디기 어려워지자, 나는 그들을 찍거나 그렸다. 그러면 그들이 내게 그러는 이유를 좀 알게 되지 않을까 해서 시간을 두고 그들을 어딘가에 남겼다. 처음엔 핸드폰에 남기고, 두 번째로는 글과 그림으로 남기며 그들의 수상함에 대해서 원인을 찾아보고자 했다.


완성된 그림과 메모는 서로 깨진 부분을 맞추듯이 들어맞을 때가 있었고, 조각들을 연결해 멀리 나아가다 보면, 나보다는 내 주변의 문제인 경우가 많았다. 혹은 내가 전혀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문제를 사물들이 뒤집어쓰고 등장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영원할리 없는 사물들이 영원의 감투를 뒤집어쓰고 내 삶에 침입할 때 시간은 뒤로 밀렸다.


지겨운 무력함을, 시간의 늘어짐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사물을 넘어선 사람들과, 사회를 지켜봐야 했다. 내 주변에 내게 영향을 주는 가족, 집, 사회의 연결점을 손으로 짚어가면서 직시해야만 정신을 차릴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