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오 JANG O HONG

우주정물 Cosmic Still Life

12 - 29 Oct. 2017

Eulji-ro

철학자 후설은 "과학이란 과학 자신이 자신의 기원을 망각하고 스스로를 진리라고 믿는 의식"이라고 말년에 "유럽학문의 위기"에서 갈파했다. 과학이 탐구의 방식이 아니라 사실과 진리를 보증하는 하나의 체제로 고정되는 상황을 과학에 내재하는 위기로 후설은 본 것이다. 외계인이나 유에프오(UFO)에 대해서도 그 존재의 근거를 우리는 과학의 이름으로 확정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유에프오와 관련된 전설과 괴담은 확률적 우연성과 가능성의 추론 속에서 실재한다는 믿음으로 일상을 통해서 광범위하게 유포되어 왔다.


홍장오는 지난 몇 년간 "미확인된 비행 물체(Unidentified Flying Object)"를 확인하려는 시도를 다양한 작품과 전시로 선보였다. 각양각색의 유에프오 형상을 제작해 왔을 뿐만 아니라 급기야 외계 대사관까지 설치하여 외계인이나 유에프오가 얼마나 인간적이고 지구적 이미지의 반영태인지를 확인시켜 주었다. 지구라는 세계에서의 삶을 구조적으로 뛰어 넘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이 세계의 바깥은 없는것인데도 불구하고 무한에 대한 갈망과 열망이 외계인을 발견하고 유에프오를 만들어 온 것이다. 이번 전시, "우주정물"에서 아티스트는 이렇게 초월적인 이미지로 제시되는 물체를 매개로 하여 우주의 무한적인 가능성이란 낭만적 사고에 대한 현실적 접근의 단서를 정물적 형태로 보여 주려 한다.


특정한 빛 덩어리가 상상적으로 형성되어 드러난 실재로서 유에프오가 조명 속에서 반짝거리며 정물처럼 갤러리에 치명적으로 놓여 있다.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비행체의 표상으로서 유에프오가 조명을 받아서 빛을 반사하는 부동의 오브제가 되면서 전시 공간의 분위기를 바꾸어 버린다. 동적이어야 하는 오브제가 완벽하게 부동의 오브제가 되어 공간 자체를 평면화 시키는 반면 오브제가 놓여 있는 바닥 자체는 조명때문에 입체화 되어 오브제를 감싸는 배경처럼 되었다. 도자기로 구어진 유에프오들이 하나의 이미지로 드러나는 전체적인 상황은 한 점의 그림처럼 표상되어 부동의 오브제들은 정물의 요소가 된다. 갤러리 중심 공간에 빽빽하게 놓여 있는 검고 어두운 유에프오들이 갤러리 벽면에 걸려 있는 사진 속에서 선택적으로 구성되고 배치되어 종교적으로 의인화되어 재현된다. 그런데 유에프오가 알레고리로 드러나는 의미는 외계인이 아니라 지구인이다. 외계인은 어떻게 해도 인간을 닮을 수(anthropomorphic)밖에 없는 것이다.


비상업적인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상업화랑에서 비상업적인 작가 홍장오가 매우 상업적일 수 있는 작품들을 전시한다. 유에프오가 더 없이 인간적으로 친밀한 형상과 사이즈로 전시되고, 그 작품들이 종교적인 후광을 받고 있는 사진과 함께 전시되어 있다. 마치 예술품이 종교적 기념품처럼 판매되고 있다. 상업과 비상업의 경계에서 퍼포먼스를 하는 듯이 좌판을 벌린인스톨레이션은 전혀 자기 지시적이지 않은 기념품같은 작품들이 자기 배반적인 갤러리에서 서로 엇갈리면서 그 자체로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완결된 전시를 이루고 있다.


글. 김웅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