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국  YOUNG KOOK JUNG

첫 번째 사람 The First Person

 23 Aug - 21 Sep. 2018

Eulji-ro

‘첫 번째 사람’은 1인칭 ‘The First Person’을 직역한 것으로, 주체로 끌어올리고자 한 행간의 의미를 부여한 전시 제목이다. 정용국의 이번 전시는 ‘첫 번째 사람’ 시리즈의 세 번째 프로젝트로 ‘할배의 탄생(최현숙 저)’에 등장하는 ‘이영식’의 구술생애를 음성과 문자로 설치한 작업이다. 전시장의 벽면에 설치된 문장은 ‘할배의 탄생’에 기술된 ‘이영식’의 생애이며, 음성은 주인공의 육성이다.

 

『할배의 탄생』은 가난한 남성 노인들의 삶을 통해서 우파 남성의 망탈리테를 조망하려고 시도한다. 헌법재판소 앞을 가득 메운 `태극기 부대`를 비난하고 조롱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보자는 시도이다. 저자인 최현숙은 `어리석은 보수 우파`로 조롱당하는 남성 노인들의 삶을 통해서 가난한 사람들이 가진 자의편을 드는 상황을 이해하려 시도한다. 1940년대 중반에 태어나서 박정희 체제에 청년기를 보내고, 이제 70대 노인이 된 두 남성은 직접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심정적으로 동의한다. 대통령은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 국민의 이익을 희생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국익이 가장 우선이고 개인의 이익을 그다음이라고 생각하는 세대 감각에서 기인한다. 그리고 이러한 세대 감각은 좋은 국민 만들기라는 박정희 체제의 통치성과 맞물려 작동한다. 이들은 섹스와 군대를 통해 남성 연대 사회에 진입하고, 기술을 배워 평생 유랑하며 살아간다. 김용술은 평생 많은 여자를 만났고, 성 구매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여자들에게 섹스를 강요하지 않았으며, 데이트 비용을 전담한 `괜찮은 남자`라고 생각한다. 반면 이영식은 가족이나 동거인 없이 성매매나 짧은 연애를 반복한다. 둘은 정반대 성격이지만 정상 가족을 완수하는 데는 실패한다. 군대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주민등록법이 제정되고 병역법이 개정되는 시기를 통과하면서 이들은 국민으로 호명된다. 예비군에서, 베트남전에서 박정희 체제는 남성 청년을 국민의 표준으로 삼아 규격화한다. 그러나 이때 규격화는 언제나 비규격화를 동반한다. 김용술은 좋은 군인이었지만 정직한 시민은 아니었고, 이영식은 참전 용사였지만 전쟁을 혐오한다. 이들 세대는 국민이 되기 위해 군인이 되어야 했지만 좋은 군인이 되기란 불가능한 임무였다. 그리고 또 하나의 함정이 있다. 이들의 세계에서 주체로 등록된 것은 남성들뿐이라는 점이다. 아내, 누이, 기지촌 여성들은 남성 국민의 삶에서 도구적 요소가 된다. 최현숙은 `태극기` 할배들과 작업하면서 이들의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대화를 통해 변화의 가능성을 만들어 낸다. 고정되어 있는 종속된 남성성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헤게모니적 남성성을 중심으로 한 결핍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가능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글. 허윤 `태극기`를 이해하기 위하여 

- 최현숙의 『할배의 탄생』(2016)을 중심으로